[기자수첩]책임경영 방해하는 증권가 임기 논란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 2017.06.25 15:33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에 임기는 불필요하다. 본인 임기 동안 수익률 높이려고 단기 투자에만 급급하면 결국 회사와 투자자들에게는 손해로 돌아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표이사들의 임기만료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들썩거리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풍토가 이해가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유독 금융투자업계 CEO들의 임기 만료 시점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지난 3월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고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용업계에선 최장수 CEO 중 한 명인 동일권 대표가 라자드자산운용을 떠났다. 이밖에 전병조·윤경은 KB증권 각자대표의 거취도 연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으레 해가 바뀌면 CEO들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전망과 해설이 오간다. CEO들이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이자 명분은 실적 개선이다. 결산기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매매를 집중하는 '윈도우드레싱'처럼 CEO들이 재신임 시점을 앞두고 자신의 '실적드레싱'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과정에서 장기 보유하면 수익률을 높을 수 있는 종목을 CEO 임기 연장을 위해 미리 매도하는 일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국내 운용업체 CEO들이 1년 단위로 재신임을 받으면서 펀드매니저들을 몰아세운 것이 공모펀드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장기 수익률을 담보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국내 펀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A씨의 얘기다. 그의 말 속에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키'가 숨겨져 있다. "나는 임기가 없다. 대주주 측에서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여력이 닿는 한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하고 싶은 게 많다. 1년 단위 수익률을 따지기보다 10년 뒤 투자자들의 노후자금을 마련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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