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대구의 동반자 DGB, 이제 세계로 뻗어나갈 것"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2017.06.26 04:31

[머투초대석]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해외서 충분히 승산…라오스 車할부시장 올해 흑자달성 자신"

20일 오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머투초대석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M&A(인수·합병)에 뛰어들 때 실무진에게 진짜 괜찮은 회사냐고 거듭 확인한다. 그리고 좋은 회사라는 확신이 들면 실무진이 제시한 여러 입찰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골라 얼마라도 더 얹어 제안서를 내라고 한다. 제2본점 신축 땐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니 돈을 아끼지 말고 가장 좋은 재료로 가장 고급으로 지으라고 당부했다. 돈을 더 써도 그만큼 더 벌면 된다는 지론이다.

박 회장은 기업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직원들의 복지와 교육에 대한 지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돈은 기업의 수익으로 다 돌아온다고 믿는다. 제2본점 신축과 본점 리모델링도 자신의 임기 때 큰 돈 들어가는 일을 벌일 필요가 있는지 고민했지만 직원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라는 생각에 미루지 않기로 했다.

2015년 15년만에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수익 다변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3100억원은 DGB생명보험(옛 우리아비바생명)과 DGB자산운용(옛 LS자산운용)을 인수하고 DGB캐피탈 라오스 현지법인을 설립하는데 쓰였다.
박 회장은 DGB금융의 모태인 DGB대구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100년 은행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2014년 3월 취임 후 DGB금융을 지방은행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변화시킨 박 회장을 만나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들어봤다.
20일 오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머투초대석

-DGB금융의 지역 기반이 되는 대구·경북 경기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런데도 DGB금융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당기순이익 3000억원대를 달성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으며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대구시민들을 포함한 지역민들의 남다른 애정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대구시 전체 예금의 47.3%(지난해 기준)를 점하고 있다. 한 도시에서 50%에 육박하는 수신점유율을 보이는 은행은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다. 대구시민들은 대구은행에 갈 때 ‘우리’ 은행에 간다고 한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 이처럼 확고한 지역 기반이 대구은행의 가장 큰 자산이다. 경북지역의 수신점유율은 27% 수준으로 높지 않아 좀더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른 지방금융그룹과 비교했을 때 수도권 지점이 적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지점을 늘릴 이유는 없다. 수도권에 지점을 늘리기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중소기업이 필요한 곳에 지점을 만드는게 낫다고 본다. 다만 수도권이라도 대구·경북 기반의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에는 지점을 내고 있다. 또 대구은행이 중소기업과 거래가 많아 공단지역에는 선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안산 반월공단과 화성에 지점이 있는데 다음 달에 평택에도 지점을 개설한다.


-시중은행은 지점을 줄이는 추세다.
▶대구은행은 지역에 기반을 둔 만큼 지역민의 편의를 고려해서라도 무조건 점포를 줄이지는 않을 계획이다. 수요가 적은 지역의 점포를 새롭게 공단이 생기거나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으로 옮기는 재조정 수준의 점포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취임 이후 생명보험사와 자산운용사를 인수했는데 증권사 인수 계획은 없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증권사가 필요하다. 현재는 적당한 매물이 보이지 않는다. 서두를 생각은 없고 기회가 생긴다면 인수를 추진할 예정이다.


-2015년에 DGB생명을 인수한 후 바로 그 해에 흑자가 났다.
▶DGB생명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패키지로 인수했던 것인데 NH농협생명과 전산시스템이 달라 합병이 어렵자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NH농협지주가 인수한 가격 700억원을 그대로 주고 사왔는데 임 위원장이 재매각을 앞두고 노사합의에 의한 희망퇴직 시행, 상품·채널 리모델링, 저성과 지점 통폐합 등으로 회사의 비용구조를 개선해 놓은 덕분에 인수하자마자 흑자가 났다. 게다가 대구은행에 방카슈랑스(은행이 파는 보험) 상품으로 들어가며 시너지 효과도 컸다.

-지난해 인수한 DGB자산운용은 어떤가.
▶LS자산운용을 인수해 지난해 10월에 DGB자산운용으로 공식 출범했는데 지난해 순이익이 18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증시가 호황을 보이고 있어 금융상품에서 대구은행과 협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다.

-취임 이후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캄보디아 PPCB(프놈펜 상업은행) 인수를 제한받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외에서도 충분히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은행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익 내기가 어려워 수익성 다변화가 필수라고 보고 있는데 글로벌도 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PPCB 인수에 아쉽게 탈락한 뒤 지난해말 DGB캐피탈을 통해 라오스에 진출했다.
▶우연한 기회에 오세영 코라오홀딩스 회장에게 여신을 제공했는데 이를 계기로 라오스의 ‘삼성’이라 불리는 코라오홀딩스와 9대 1의 합작비율로 자동차 할부금융회사를 세우게 됐다. 코라오홀딩스가 라오스 자동차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어 DGB캐피탈 라오스 현지법인은 출범 6개월여 만에 여신액 2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올해 곧바로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DGB캐피탈을 통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주주(지분율 3.2%)로 참여했다.
▶이제 금융회사는 핀테크(금융기술)를 모르면 생존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핀테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케이뱅크 지분도 노하우를 배우려 취득했다. 케이뱅크를 통해 대구은행의 모바일뱅크인 아이M뱅크에 적용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다.

- 대구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목표는.
▶‘대구사람은 대구은행 아이가’란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30년을 은행원으로, 3년을 은행장으로 살아왔다. DGB금융의 이같은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해외로도 눈을 돌리려 한다. 100년 역사를 위해 고객과 신뢰 관계를 돈독히 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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