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된 내 월급 누구에게 받나"…비정규직 울리는 '法의 함정'

뉴스1 제공  | 2017.06.23 06:15

한국공항공사-청소노동자 임금문제 둘러싼 공방 팽팽
현행 法 비정규직 임금체납 구제방법 없어…대책 시급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3일 정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공사가 용역직원을 고용하면서 시중노임단가보다 적은 기본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규탄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시중노임단가보다 적은 기본급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상여금을 400% 지급해 오히려 평균임금보다 월 30만원 많은 임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제공)© News1
한국공항공사와 청소노동자들이 임금문제를 놓고 양보 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의 실제 근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허술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공공비정규직노조)은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공항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공사가 정부지침을 어기고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지 않은 저임금계약을 체결해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11월7일 '한국공항공사가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른 '시중노임단가'가 아닌 최저임금을 적용했다'는 취지로 공항공사의 정부지침 위반 사항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감사원은 3월13일 실지감사를 한 뒤 지난달 25일 '한국공항공사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등을 위반하고 노임단가를 시중단가보다 낮게 적용한 사실이 있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주의요구를 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2년 전 공항공사가 용역 예정가격을 작성하면서 청소용역직원의 기본급을 시중노임단가보다 28만여원 낮게 적용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노조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용역직원들은 이같은 감사원 결과를 토대로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은 최저임금인 6030원의 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정부지침 미준수는 김포공항뿐 아니라 전국 15개 공항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라고 공항공사의 정부지침 위반사실을 강조했다.

◇공사 '법대로 줬다'…노조 '애초에 잘못된 계약' 공방

이때부터 공공비정규직노조와 공항공사 사이에서 임금문제를 둘러싼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이 시작됐다.

공항공사 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노조의 주장과 달리 용역지원의 임금을 평균임금보다 많이 지급했고 임금체납이 발생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청소용역직원을 고용하면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지 않은 기본급을 지급했지만 상여금을 400%로 적용함으로써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기관의 평균임금보다 오히려 월 3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포·김해·제주공항의 협력업체에 사실을 확인한 결과 각종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고 임금체납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공비정규직노조도 다시 증거자료를 내고 "애초에 공항공사가 설정한 원가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응수했다.

원가예산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통상임금과 연장근무·휴일근무 등 초과근무수당을 포함하는 법정수당까지 합산해 설계된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공항공사가 법정수당을 너무 적게 책정해 원가를 설계했다"며 "공항이 제시한 원가예산만으로는 노동자들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할 수 없자 용역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상여금을 끌어다 이를 충당했고 결국 임금체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400%가 아닌 180%에 불과하고 심지어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175%만 지급해 용역업체가 5%를 미지급하는 체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같은 임금체납에 대한 진정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상태다.

노조는 이와 같은 주장과 함께 실제 김포국제공항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2016년 1월, 2017년 5월 급여지급명세서를 제시했다. 급여지급명세서는 최저임금으로 계산된 기본급과 2016년에는 175%, 2017년에는 180%만 지급된 상여금이 표시됐다.


공방이 이어지자 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소명자료를 통해 "공사는 민사상의 도급계약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모두 이행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없이 통과된 사안인데 이를 다시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의 '미화원에 대한 원가설계 오류 관련 입장'을 보면 공항공사는 최저임금 월 126여만원보다 17여만원 많은 143여만원을 적용했다고 명시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연장근로에 대해선 별도로 수당을 지급했다"며 "그 외 사유로 발생한 연장근로수당에 대해서는 실제 계약당사자인 용역업체와 근로자의 문제인데 공항공사가 이를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제출한 소명자료(위쪽)에 표시된 1인당 예정가격에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143만2000원의 기본급과 상여금이 표시됐다. 반면 공공비정규직노조가 제출한 '상여금 400% 지급계획'에는 최저임금으로 계산된 월 기본급과 법정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상여금 비율이 명시됐다.(한국공항공사,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제공)© News1

◇전문가 "현행法서 공사 책임없어…법·제도적 개선안 필요"

공항공사와 용역업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임금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가설계를 너무 적게 잡은 공항공사와 무리한 저가수주를 한 용역업체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며 "애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 근로자의 직접고용 및 법정수당 증대 등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이사인 이관수 노무사는 "사인(私인)과 사인 간의 민사상 계약에 따라 공항공사와 용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이 체결됐고 공항공사가 약속한 임금을 지급했다면 공항공사 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고 이들의 근로시간을 관리·감독하거나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인 용역업체가 무리한 저가수주를 했다면 이로써 발생하는 임금체납의 책임도 용역업체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항공사 측의 원가설계에 대한 오류 여부에 관해서도 "공항공사가 최저임금 이상으로만 기본급을 지급한다면 법정수당을 어떻게 편성하든 아무런 법적문제가 없다"며 "이는 노동법의 문제가 아닌 민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유계약의 원칙을 제재하는 입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다만 시중노임단가보다 적은 최저임금으로 편성한 예산은 용역직원에게 합당한 임금을 줄 수 없는 현실"이라며 "기업에서 용역업체에 도급을 할 때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 지급을 원칙으로 해야 할 뿐 아니라 법정수당을 확대해 편성액에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무 노무사도 "공항공사 측이 용역단가를 낮게 잡은 측면이 있지만 이는 도의적인 차원일 뿐 불법은 아니다"라며 "청소노동자의 임금체납은 실질적인 관리자인 용역업체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이 노무사는 "원청인 공항공사가 도급에 대한 비용만 지급하면 그 외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불이익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 자체가 파견근로자의 제도적 문제"라며 "기업과 용역업체의 원가설계예산 자체를 합리적 수준으로 고정하는 입찰기준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성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연장· 대체근무수당으로 지급된 수당은 상여금으로 볼 수 없지만 현행 제도에서 공항공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거나 원청도 용역업체와 함께 공동책임을 지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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