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주문한 '블라인드 채용'… 뭐길래?

머니투데이 모락팀 이재은 기자 | 2017.06.22 14:06

지원서에 사진·학력·나이·출신지·스펙 기재 안해, 공공부문→민간으로 확대… 찬반 엇갈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수석 보좌관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각한 청년실업 속 고통을 배가하는 각종 차별을 배제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적어도 올 하반기부터 공무원 및 공공부문 채용에 대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블라인드 채용… ‘같은 출발선’에서 '실력'으로 경쟁

문 대통령은 이날 "채용하는 분야가 특별히 일정 이상 학력이나 스펙, 신체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외에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 조건, 말하자면 차별적 요인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자"며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시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한국 사회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좁은 취업시장의 문턱을 개방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이력서에 사진, 학력, 나이, 출신지, 스펙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 채용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첫인상을 주는 이력서가 개인의 역량이나 인성 등과 무관한 내용 위주로 돼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앞으로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출신 학교를 적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전 과정을 '스펙'을 배제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 사진=사람인
◇ 공공부문부터 실시, 민간으로 확대 계획… 사람인, 블라인드 채용 실시

문 대통령은 이날 "당장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에서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으면 한다"며 하반기 공공부문 공채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 민간 영역에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할 뜻도 내비쳤다. "민간쪽은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강제할 수 없는 것인데, 민간 대기업들도 과거의 사례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을 때 훨씬 실력있고 열정있는 인재들을 채용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민간 대기업들에도 권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민간기업도 있다. 지난 20일 취업포털 '사람인'을 운영하는 사람인에이치알은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 전 과정을 지원자의 스펙을 배제하고 블라인드 채용 형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인’은 블라인드 채용과정서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 최소 인적사항만을 받기로 했다. 대신 면접을 통해 직무 역량 및 이해도, 논리적 사고력, 열정, 성실함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사람인 관계자는 "직무별 최적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혁신적인 채용 프로세스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진짜 인재 뽑힐 것" vs "꼭 더 공정할까?"

‘블라인드 채용’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블라인드 채용을 찬성하는 측은 학력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인해 채용시 차별 받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후보를 낸 4개 정당이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부문에서 시작하자는 공약을 공통으로 낸 배경이기도 하다.

블라인드 채용을 지지하는 대학생 남모씨(25)는 "공공부문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하면 사회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의의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뭘 보고 지원자를 가려내야 하냐는 것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윤모씨는 "기업에서 준비한 역량 중심 채용 과정이 꼭 더 공정하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며 반문했다.

민간 기업 대다수는 아직 블라인드 채용에 소극적이다. 고용부가 지난 4월 492개의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는 기업은 398곳(80.9%)으로 향후 이를 폐지할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은 이중 94곳(23.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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