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쇼크, 증시 넘어 상품시장으로 확산되나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 2017.06.21 13:12

유가, OPEC 생산량 감축에도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약세장 재진입...원자재지수·장기채권수익률 하락 등 상품 및 채권시장도 불안

유가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유가급락에 따른 저유가 쇼크가 증시뿐 아니라 다른 위험자산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전일대비 배럴당 2.2% 하락한 43.2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는 최근 5거래일 중 4거래일 하락하며,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가, 지난해 8월 이후 약세장 다시 진입...OPEC 생산량 감축 ‘약발 없네’=WTI는 지난 2월 23일 고점대비 20.6%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4년 내 8번째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3년 전 배럴당 115.06달러 대비로는 62%나 떨어졌다.

약세장은 일반적으로 최근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한 경우를, 강세장은 최근 저점대비 20% 이상 오른 경우를 말한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이 지난해 말 하루 180만 배럴까지 원유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역사적 합의 이전인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유가가 약세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OPEC과 다른 산유국들은 지난 5월 생산량 감축합의를 2018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유가의 약세장 재진입은 OPEC 주도의 원유생산량 감축을 통한 유가부양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OPEC 등 산유국들이 고육지책으로 생산량을 감축할 정도로 세계가 원유공급과잉에 빠져 있지만, 미국 원유생산업체들은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OPEC의 지난해 11월 생산량 감축합의 발표 이후 하루 930만 배럴로 7.3% 증가했다. 미국의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수도 2년 내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토리 헤드릭 CHS헤징 에너지분석가는 "OPEC의 원생산량 감축은 OPEC의 실패와 미국 생산량의 승리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짐 리터부시 에너지자문회사인 리터부시앤어소시에이츠 사장은 "OPEC이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하락을 보고 있다“며 "이는 이전의 약세장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라고 지적했다.


◇저유가쇼크, 다른 상품 및 채권시장으로 확산되나=유가는 지난 2개월 동안 이날을 포함해 여덟 차례 2% 이상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이 다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유가급락시 시장전문가들은 유가가 이머징마켓이나 다른 위험자산 등 다른 상품의 매도를 일으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상품가격을 폭넓게 추종하는 S&P SGCI(원자재) 지수는 이날 1.2% 하락했다. S&P500에서 최저수익률 그룹에 속해있는 에너지업종은 이날 추가적으로 1.2% 떨어졌다. 또한 올해 S&P500에서 최저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에너지주다.

또한 불안감이 채권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있다. 원유와 가스기업들의 투자등급 이하 채권(정크본드)은 올 들어 대부분 상승세를 유지해왔지만,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강조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 하이일드에너지지수는 6월 들어 19일까지 1.6% 하락했다.

유가급락으로 30년 만기 미 국채에 대한 강한 수요가 일어났고,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날 올 들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낮은 에너지가격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어 장기 국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유가하락은 일반적으로 미국 소비자들과 일부 기업들에는 도움이 된다. 항공사들은 지난해 저유가로 인해 기록적인 이익을 올렸다. 선물시장의 낮은 가격은 또한 앞으로 몇 달 동안 주유소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으로 여름 운전시즌이 끝날 때까지 저유가는 운전자의 비용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19일 OPEC이 감축량을 확대하거나 2018년 말까지 감축기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원유공급과잉은 사라지지 않거나 내년에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OPEC 회원국들의 생산량 증가가 생산량 감축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트레이더들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21일 발표할 주간 원유재고량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6월 16일로 끝난 주간에 원유재고량이 20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 원유재고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완만한 재고축소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는데 실패하면서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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