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올해 스팩 합병상장을 완료한 기업 중 지난 12일 코스닥에 상장한 넷게임즈 주가가 급락해 합병 기준주가 아래로 떨어졌다. 드림시큐리티, 씨아이에스, 켐온도 합병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 중이다. 특히 켐온은 합병상장 이후 2달여 만에 20%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선 피합병법인의 실적과 재무 현황, 성장동력, 미래가치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스팩 합병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공모가 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책정한 기업가치가 증시 환경과 동떨어진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스팩 합병상장을 준비 중인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사 알에프에이치아이씨의 경우 엔에이치스팩8호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1대 8.719로 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39.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중소 제조회사의 평균 PER이 10~20배 수준이고, 동종업계 평균 PER이 약 14배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올해 스팩 합병상장을 완료한 기업 중 합병비율에 따른 상장 뒤 시가총액과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기준 PER을 보면 씨아이에스가 약 61배, 모비스가 약 78배, 켐온이 약 73배, 우정비에스씨가 약 35배다.
물론 PER이 기업가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산가치나 성장성 등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더 적합한 업종도 있다. 그렇지만 회사 수익성이나 이익 규모를 완전히 배제한 기업가치 책정은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PER 60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책정한 씨아이에스와 켐온은 상장 이후 기준주가보다 하락했다. 반면 올해 스팩 합병상장 최고 수익률을 기록중인 토박스코리아는 합병비율 기준 PER이 13배로 평균 수준에서 기업가치가 책정됐다. 또 와이아이케이(약 14배), 한강인터트레이드(약 13배), 이노인스트루먼트(약 9배) 등 비교적 합리적인 기업가치를 평가한 기업은 합병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합병 기준주가대비 현재 주가 상승률은 토박스코리아 125%, 한강인터트레이드 49%, 와이아이케이 63%, 이노인스트루먼트 46%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스팩 합병상장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투자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묻지마 투자는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스팩 합병상장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가 보다 자유롭고 정보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피합병법인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