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스라엘 통신정책을 되돌아봐야할 이유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 2017.06.2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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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에 대비한 투자가 시급한 때 통신비 인하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통신 정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선택약정할인율 조정, 보편적 요금제 출시 등 통신비 인하 방안에만 몰두해 있을 뿐 5G(5세대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의 접근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요금을 낮춰야 할 물가통제 수단으로 통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 사례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통신부는 지난 2012년 통신비 경감 차원에서 3개 통신사 과점한 통신 시장을 대폭 개방했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MVNO(알뜰폰)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경쟁촉진 통신법을 제정했던 것. 이 덕에 현지 기간통신사업자가 기존 3개에서 5개로 늘었고 MVNO까지 포함해 총 10개 업체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무한 경쟁 속에 현지 국민들의 가계통신비는 6인 가족 기준 2010년 300달러에서 2015년 30달러로 급락했다. 하지만 정반대로 통신 산업은 적잖은 타격을 받아야했다.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이익은 급감했고 주가와 배당은 낮아졌다. 통신업체들의 설비투자는 2010년에서 2015년 새 20~40% 크게 줄었고 통신 업체에서 일하던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상황이 이렇자 이스라엘 정부는 경쟁촉진 활성화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고 통신 사업자간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 결과 올초 이스라엘 전자업체 일렉트라는 통신업체 골란텔레콤을 3억5000만세켈(9100만달러)에 인수했다. 골란텔레콤은 이스라엘 정부가 시장 경쟁을 촉진했던 2012년 설립됐으나 저가 요금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5년 만에 회사가 매각됐다. 매각 당시 골란텔레콤은 6억세켈의 통신망 임차비용을 빚지고 있었다.


국민들의 통신비가 낮아졌음에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는 데는 소비자 권익보다 국익 훼손이 컸기 때문이다. 통신 산업 생태계가 황폐화된 것은 물론 이스라엘 통신 인프라 수준은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이스라엘의 LTE 보급률은 5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5개국 중 33위에 그쳐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2015년 기준 이스라엘의 평균 인터넷 속도 역시 OECD 평균 77Mbps에 못 미치는 46Mbps에 그쳤다. 주요 사업자들마다 부실한 재정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간·기업간 5G 기술 주도권과 인프라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통신요금 인하가 이뤄진다면 5G 투자를 주도해야 할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여력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산업 생태계 관점이 빠진 통신요금 인하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스라엘 사례를 귀담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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