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치킨 안 좋아하세요?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 2017.06.21 04:40
"치킨을 안 좋아하세요?" 술자리에서 기자가 안주로 나온 치킨을 먹지 않을 때마다 들은 말이다. '국민간식'이라고 불리는 치킨을 거의 안 먹는 게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치킨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청소년의 고민 상담글을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치킨은 기호식품이 아닌 생필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치킨 2만원 시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은 거셌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나서자마자 가격 인상을 주도했던 BBQ는 백기 투항했고, 교촌치킨은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선도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착한 기업'이 되기도 했다.

닭고기를 공급하는 양계업계까지 '치킨값 2만원이 비싸다'고 불매 운동에 나선 것을 보면 최근 치킨값 거품은 너무 심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치킨값 거품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커피 등 거품 논란이 인 기호품이 적지 않은데, 치킨 하나에만 다들 거품을 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자가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군대에서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기자는 9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편한 부대로 알려진 곳에 입대했는데 소위 말하는 빽이 없어서인지, 빽에 밀려서인지 당시에는 사병들이 가기 싫어하는 장교식당에서 근무했다. 닭백숙, 닭계장, 닭볶음탕 등 닭과 관련된 요리를 많이 했는데, 장교식당은 닭요리를 하면 많은 돈을 벌었다. 사병용으로 배정된 냉동닭을 몰래 장교식당으로 갖고와 요리를 했기 때문에 원가는 사실상 제로였다. 닭 냄새가 지겹기도 했지만 닭요리를 할 때마다 흐뭇한 표정을 짓던 주임상사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군대에서 닭은 간부들의 뒷주머니를 챙기는 도구였던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군대에서 더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닭요리의 원가 논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닭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은 치킨을 팔아 서울 강남에 빌딩까지 샀다. 그는 치킨 하나로 벼락부자가 됐지만 성추행 혐의로 온갖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많은 버블 얘기를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치킨 버블에 빠진 건 아닐까 싶다. 유명 아이돌을 내세운 치킨 광고가 오늘도 여전히 TV화면을 장식하고 한 드라마에서 톱스타 여배우가 말한 "비오는 날엔 '치맥'이 최고"라는 대사를 여전히 우리가 따라 한다는 생각에서다. 치맥이 마치 한류의 아이콘인 것처럼 자랑했지만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치킨 업체들은 하나같이 실패했다.

이제는 치킨 버블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치킨 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고 치킨값 거품이 빠질 때까지 치킨을 좀 멀리하고 대체 간식을 찾았으면 한다.

정부가 치킨 가격에 메스를 들이대는 일도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까지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일부 치킨 업체가 초래하긴 했지만 정부가 치킨값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프랜차이즈업계의 담합을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은 좋지만 그게 시장 가격 기능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 업계가 주장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배달앱 수수료 등 추가되는 서비스 부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최종 가격만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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