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고싶다, 믿고 바른다"…세계로 뻗는 K푸드·K뷰티

머니투데이 뉴욕·로스앤젤레스(미국)=송지유 기자 | 2017.06.21 04:20

[K로드, 세계로]"중국만 있나, 글로벌 시장 넓다"…미국·아세안 소비자들 韓 식품·화장품에 주목

편집자주 |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 되면서 한국 화장품·식품 기업의 실적 쇼크가 잇따르고 있다. 영원히 성장할 줄 알았던 중국사업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의 달콤함에 빠져 지나치게 중국시장에만 투자를 집중한 여파가 크다. 중국은 꼭 잡아야 할 거대시장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세안은 물론 미주, 중동, 유럽 등 한국 기업이 도전할 큰 시장이 무궁 무진하다. 뛰어난 품질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넓힌 기업들이 있다. 그 생생한 산업현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위부터)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니타 웨스트필드 쇼핑몰 내 '비비고' 외식매장, 미국 뉴욕 맨해튼 59번가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내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송지유 기자

# "돌솥에 브라운라이스와 김치라이스를 반반 섞어주세요. 채소는 모두 넣을께요. 소스는 고추장과 참기름, 그릴 토핑은 불고기와 두부요." 지난 14일 오후 12시3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니타 웨스트필드 쇼핑몰 푸드코트 '비비고' 매장에서 만난 대니얼 파커씨(29)는 능숙하게 비빔밥을 주문했다.

쇼핑몰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파커씨는 일주일에 3번 이상 CJ그룹이 운영하는 비비고 외식매장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한식을 워낙 좋아하는데 마침 회사 근처에 비비고 매장이 새로 생겨 신난다"며 "비빔밥을 먹으면 합리적인 가격에 건강한 식사를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오후 2시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 '아모레퍼시픽(AP)' 매장에 한 통의 주문 전화가 걸려 왔다. 매니저인 헬레나 호헨탈씨(51)는 능숙하게 주문을 받더니 제품 포장을 시작했다. 평소 이 매장을 즐겨 찾는 VIP 고객은 최고가 라인인 '타임 레스폰스' 등 기초화장품을 한번에 2500달러 어치나 구입했다.

호헨탈씨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핵심 유통 채널에서 한국 최고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며 "부유층 고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미국에서 가장 문턱이 높은 버그도프굿맨에서 영업하는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는 한국의 AP와 설화수, 일본 시세이도 총 3개 뿐"이라며 "얼마 전까지 입점해 있던 일본 가네보는 매장을 철수했다"고 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뷰티 기업들이 중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 아세안, 중동 등 전 세계로 영토를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던 중국시장에 올인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다.


CJ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내수산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세계 소비자들에게 'K푸드'와 'K뷰티'를 알리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미국 서부 핵심상권에 8개 매장을 운영중인 비비고 레스토랑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연일 호평을 받고, 비비고 냉동만두는 지난해말 미국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AP 브랜드 1개로 미국사업을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에 이어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낯선 한국 브랜드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CJ와 아모레처럼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현지화 전략을 펼친 기업들의 노력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년간 베트남 시장에서 '후' '오휘' 브랜드 등을 키운 결과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입 화장품으로 자리잡았다. 화장품 연구개발업체 코스맥스는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 한국과 중국을 잇는 삼각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막강 연구진과 제품력을 앞세워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한 지 1년 만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현지 고객사 100여곳을 확보했다.

국내대표 식품기업인 대상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서 미원을 앞세워 국민 조미료 업체로 입지를 다졌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로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수십개 매장을 운영중인 롯데리아는 현지에서 햄버거 대명사로 통한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태국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주류시장에서 '한국 술'인 소주 카테고리를 구축하고 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부사장)은 "해외사업은 한국시장과 각종 제도는 물론 소비 트렌드가 다른 만큼 체계적인 준비와 철저한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중장기 관점에서 균형잡힌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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