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짜리 나치 문양 몸에 새기는 중학생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17.06.20 14:27

문신 유행, 의미도 모르고 문신하는 경우 다반사…"신고 않으면 적발 어려워"

한 청소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지우는 작업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담임 교사를 맡고 있는 A씨는 학생들의 문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 B군(15)이 손목에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을 새겨왔기 때문이다. B군을 불러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 묻자 B군은 "몰랐다"고 답했다. 아는 형이 추천해 3만원을 주고 시술했다는 것이다. A씨는 B군에게 "유럽 사람들이 이 문신을 보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해줬다.

#중학생 딸을 둔 주부 C씨는 최근 딸이 어깨에 새겨 온 문신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딸 D양은 한 달 만났다는 남자친구 이름을 한문으로 새겼다. C씨는 "철없이 새긴 문신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것 아니냐"며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이다. 어떤 학교는 한 반에 4~5명까지 문신을 새겼다는 전언이다. 비위생적인 불법 시술소에서 문신을 새기는 경우가 다반사라 관리가 필요함은 물론 무분별한 문신이 낳을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직 중학교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학생들이 문신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멋있어 보여서"다. 서울 시내 중학교 교사 정모씨(30)는 "학생들 사이에서 '잘 나간다'는 아이들이 주로 문신을 한다"며 "문신한다는 자체를 하나의 특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상당수가 중학생임에도 온몸에 문신을 새겼다. 이 웹툰은 네이버 금요 웹툰 1위를 유지하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문신이 유행인 풍조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때 유행으로 새긴 문신이 평생 남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해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나이가 들고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유행을 따르는 것은 나쁠 게 없지만 문신은 지우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비위생적인 시술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용돈이 많지 않은 학생들은 대부분 지인으로부터 시술받거나 불법 시술소를 이용한다.


중학교 교사 박모씨(36·여)는 "학생들에게 어디에서 문신했냐고 물어봤더니 수원역 근처에서 태국인, 필리핀인한테 받았다고 했다"며 "허름한 곳에서 받느라 약간 무서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문신은 의료행위로 간주된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시술하면 의료법 위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C형 간염 등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시술 과정에서 오염된 바늘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신고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타투는 성매매처럼 행위 자체가 단속 대상이라 일일이 찾아서 단속할 수는 없다"며 "시술받는 사람들이 좋아서 스스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신고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소나 고발이 들어왔을 경우에는 단속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며 "청소년 가중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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