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혁신센터 키즈' 창업 3년만에 1억 유치 비결은?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7.06.27 04:00

전기차 충전소 안내 앱 개발로 중기청서 1억 지원 받아…창업후 첫 계약 건은 사기 당하기도

유병훈 학생이 26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본인이 개발한 전기차 충전소 안내 앱을 보여주고 있다./사진=김유경기자
유병훈 학생(선린인터넷고 3·)이 친구들과 노는 곳은 PC방이 아닌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뜯고 만지는 걸 좋아한 유군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창업에 나선 ‘청소년 창업가’다. 최근엔 중소기업청의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KEPCO 에너지 스타트업’에 선정돼 1억원의 지원금까지 받았다.

“건축사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랑 종종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컴퓨터 관련 일을 전문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지갑제조사에서 디자이너로 인턴을 했는데 남 밑에서 일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최근 서울혁신센터에서 만난 유병훈군은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혁신센터가 유군의 놀이터가 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 인터넷카페에서 알게 된 형들을 만나면서다. 혁신센터에서 만난 형들은 당시 선린인터넷고에 재학 중이었는데 외주를 받아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형들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방과 후엔 혁신센터로 왔고 3명의 창업멤버를 만나 6개월간 창업 준비와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같이했어요.”

유군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건 2015년 3월2일, 선린인터넷고 입학일이다. 창업한 회사명은 ‘해시소프트웨어’. ‘해시태그’(#)가 게시물을 키워드로 묶어주듯 실생활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창업 후 1년간은 혁신센터 입주기업이나 지인들로부터 외주받은 4~5개 앱 개발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다 자체적으로 사업할 아이디어를 물색했고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전소 안내 앱 개발에 나섰다.

지난 5월 한국전력이 전력 관련 예비 창업자와 7년 이하 창업기업에 연간 1억원 한도로 최장 2년간 지원하는 ‘KEPCO 에너지 스타트업’ 사업을 추진했고 유군의 팀이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유군은 “이번에 지원받은 자금으로 디자이너와 글로벌 마케팅 분야 인턴을 2명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첫 외주를 받고 사기를 당했을 때라고 밝혔다. 유군은 “교육프로그램 앱 개발을 의뢰받고 1개월 이상 개발했는데 중도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받고 용역비도 받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에 대한 내용이 계약서에 없어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고 했다. 이후 유군은 계약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엔 창업보다 취업을 장려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성화고는 3학년 2학기부터 취업한 경우 출근으로 출석을 대신할 수 있는데 창업은 선례가 없어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

유군은 “전기차사업은 때를 놓치면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매일 출근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출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교육부에도 이같은 내용으로 문의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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