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영역 파괴자' 아마존의 끝없는 식욕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 2017.06.19 12:52
전자상거래 공룡기업 아마존닷컴이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오프라인 소매시장이다. 가뜩이나 소비둔화, 경쟁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매업체들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은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즈마켓을 부채를 포함해 137억 달러(주당 42달러)에 인수한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홀푸즈는 프리미엄 유기농 식료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식료품체인이다. 이번 인수는 하반기에 마무리되며, 홀푸즈는 앞으로도 기존 경영진과 사명 하에서 운영된다.

아마존은 이번 인수로 하루아침에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주요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인 코웬에 따르면 합병회사는 시장점유율 기준 미국 5위 식료품소매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마존은 홀푸즈의 기존 460개 매장을 향후 매장내 물건인수와 유통망을 위한 교두보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홀푸즈 매장을 자체브랜드 상품판매, 인공지능에코스피커 성장, 초고속배달서비스 프라임회원 확대 등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아마존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의 성장은 시장영역 파괴의 역사다. 오늘날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은 1997년 작은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했다. 당시 도서시장은 반즈앤노블과 보더스가 지배했다. 하지만 보더스는 2011년 문을 닫았고, 반즈앤노블은 아직 버티고 있지만 매년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후 전자기기유통, 전자책, 비디오콘텐츠, 클라우드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잇따라 진출하며 성장을 구가해왔다. 물론 아마존이 신규영역에서 성공을 거둘 때마다 해당분야 기존 기업들은 무대 뒤로 사라져갔다.

아마존의 홀푸즈 인수 이후 주요 소매업들이 패닉에 빠졌다. 크로거(-9.2%), 코스트코(-7.2%), 타깃(-5.1%) 등 주요 소매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16일 급락했다. 반면 아마존은 2.4%, 홀푸즈는 29%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식료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온라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월마트를 비롯해 전통적인 식료품업체인 크로거, 알버트슨이 이번 인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컨설팅업체인 칸타리테일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시장 규모는 67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식료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에서 제품을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온라인쇼핑이 지난해 식료품 판매에서 차지한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그동안 아마존은 식품배송서비스인 ‘아마존프레시’를 통해 식료품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노려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지난해 기준 1.1% 수준인 식료품 시장점유율을 가장 빨리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전통적 식품업체들이 유기농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홀푸즈는 고전해왔다. 이로 인해 홀푸즈 주가는 2013년 고점대비 반 토막 수준에 머물러 왔다.

콜린 세바스틴 베어드 분석가는 "아마존은 식료품을 가장 중요한 장기 성장 동력의 하나로 보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아마존이 자체 구축하려면 수년이 걸렸을 규모와 밀도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매업종이 아마존의 다음 타깃이 됐다’는 말들이 나온다. 아마존이 이번 도전에서도 성공을 거둘 경우 그 이면에서 또 여러 기업들이 사라져갈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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