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체온 38.4℃…'안아키' 욕하던 기자도 "해열제 왜 써?"

머니투데이 백승관 기자 | 2017.06.20 10:36

[아!편육] <10>'안아키' 욕하던 기자, 약 대신 물수건 찾은 이유

편집자주 | 30대 '초보아빠의 속 편한 육아일기'입니다. "애 좀 봐!" 아내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아빠. "아내가 친정에 가도 즐겁지 않아요." 아이와 둘만의 시간이 두려운 아빠. 이 세상 모든 초보 아빠를 위한 소소한 육아 이야기부터 이유식 만들기, 육아용품 리뷰 등 다양한 육아팁을 소개합니다.

/사진=백승관 기자
금요일 새벽 아내가 급하게 나를 흔들어 깨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여보, 한방이가 열이 38℃야"
"다시 재봐…체온계 고장난 거 아니야?"
"38℃ 맞아! 일어나서 불 좀 켜!"

몇 번을 다시 재봤지만 38.4℃다. 생후 180여일 만에 첫 고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방이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는다. 엄마·아빠의 호들갑에 잠에서 완전히 깬 한방이는 놀아달라는듯 꺄르르 마냥 즐겁다.

"열이 난다고 꼭 아픈 건 아닌가?"
"그러게 평소보다 더 쌩쌩해 보여, 어쩌지?"

아내가 병원서 38℃ 넘으면 해열제 먹이라고 했었다며 약을 가지러 갔다.

"애 멀쩡한데 꼭 먹여야 하나?"
"병원에서 38℃ 넘으면 먹이라고 했어"
"옷이랑 기저귀 벗겨 놓고 물수건으로 닦아주면 될 거 같은데…"

다행히 약을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니 열은 금방 내려갔다. 한방이는 한 시간 남짓 엄마·아빠 정신을 쏙 빼놓고는 쌔근쌔근 다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열을 다시 쟀더니 37.1℃. 기침도 없고 한방이 컨디션도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먼저 출근을 했다. 금요일, 연차인 내가 한방이를 엄마 집에 맡기고 나와야 한다. 엄마에게 새벽에 한방이가 열이 38℃ 넘게 났으니 한 번씩 꼭 체크해 주고 "38℃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여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두번세번 꼭 약부터 먹이라고 말해놓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지난밤 '왜 나는 한방이에게 약 먹이는 것을 꺼려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에게 몇 번씩 당부한 이유도 '나처럼 약을 안 먹이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사진='안아키' 카페 캡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와 백신 안 맞기 운동을 보며 "아이들이 무슨 죄냐"며 분노하고 경멸해 놓고 왜 정작 내 아이가 아프자 '약'대신 '물수건'을 찾았을까.

약을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막연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 열이나면 어머니는 머리에 찬 수건을 올려줬고 체하면 손끝을 바늘로 따 피를 내는 것이 먼저였다. 그때는 집에 상비약도 없었고 그렇게 치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약에 대한 공포·거부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의 내면 어딘가에도 "약은 위험해"라는 '안아키'와 같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약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비례한다. 그래서 '안아키'와 같은 사이트가 유행병처럼 부모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안아키'는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키운 병이다. 확실한 사실은 처방받은 약을 먹는 것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다 100배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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