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韓 남편 폭력으로 이혼한 외국인…귀화 가능"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7.06.19 21:41

[the L]"생계유지 능력 다각도로 측정해야…법무부 할 일 안한 것"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중국 국적인 A씨는200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살림을 차렸다. 결혼한 후 1년이 지나면서부터 남편은 A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칼을 휘두르며 목을 찌르겠다고 협박을 했고, 담뱃불로 얼굴에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참다 못한 A씨는 2010년 이혼을 하려 했지만 남편의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남편의 폭행은 계속됐다.

A씨는 결국 2011년 집을 나와 이혼을 청구했다. 2012년 법원은 "서로 재산분할, 위자료 등은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정을 성립, 둘은 남남이 됐다. 그뒤 한국에서 살던 A씨는 2014년 한국에 귀화를 신청했다. 한국에 온지 6년여 만이다. 하지만 2016년 법무부는 A씨는 배우자와 쌍방의 책임으로 이혼을 한 것이라서 간이귀화 요건에 맞지 않고, 생계유지 능력이 없다며 귀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19일 이같은 법무부의 귀화불처처분 결정은 잘못됐다며 "귀화불허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해 일반귀화 요건 중 거주요건을 충족했다"며 "피고(법무부)는 거주요건 외에 다른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할 일이지 간이귀화 요건에 해당하는 정상적인 혼인 생활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적법에 따라 귀화를 하려면 △5년 이상 국내 거주 △법적 성년 △생계유지 능력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다만 결혼을 한 경우 간이귀화 요건을 적용할 수 있는데 혼인 상태로 2년 이상 국내 거주했다면 5년 이상 거주하지 않아도 귀화 대상이 된다. 만약 이혼을 했다면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자 중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자'라는 요건이 적용된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혼을 했다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A씨의 이혼에는 A씨의 잘못도 있기때문에 간이귀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원은 A씨가 이미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했기 때문에 간이귀화 요건이 아닌 일반 귀화 요건을 따져보면 된다고 봤다. 법무부가 '간이귀화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한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이혼한 것은 남편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법무부)는 혼인의 파탄 경위와 잘못의 소재에 관한 법률적 평가를 그르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생계유지 요건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국적법 시행규칙에 따라 3000만원 이상 금융재산 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계유지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임대차 보증금과 통잔 잔액이 있는 점 △8년여간 꾸준히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점 △남편과 함께 살 때도 남편의 수입이 없이 A씨 스스로 생계를 유지한 점 등을 고려해 생계유지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행규칙에 따라 제출한 서류는 생계유지 능력 심사를 위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지 이 조항에 따라 요건을 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행규칙이 정한 서류 제출 여부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전직이 무엇인지, 귀화를 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직업활동의 의지는 있는지, 그동안 국내에 거주하면서 생계는 어떻게 유지해왔는지 등을 조사해 생계유지 능력 요건 심사에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재량행사를 해태(책임을 다 하지 않음)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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