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중소 제조업체 오너의 자녀들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데 주로 해외사업을 한다고 했다. 각종 해외전시회에 갈 때마다 중국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정말 겁이 난다고 했다.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고민보다 우선 가격경쟁력을 위해 향후 3년 내 원가절감을 30% 해야 한다는 주문을 회사에 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못하는 것이다.
실로 국내외 정세나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수준을 보면 불안하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IOT, VR, AI,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매년 6월 6일 날에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소리 들으며 보리를 베던 시절이 불과 40년 전이다. 이때도 배가 고팠다. 쌀이 없어서 보리쌀을 3번 삶아서 먹었다. 밀가루에 쑥을 버무려 쪄서 먹고, 들판의 누런 보리나 밀을 잘라서 불에 살짝 구워서 먹기도 했다. 소나무의 새순도 껍질을 벗겨내고 하얀 속피를 이빨로 갉아내서 먹기도 했다. 등교에 필요한 버스비가 없어서 아침 마다 이웃집에 꾸려 다녔다. 배고프고, 돈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시절이 또 올까 겁난다. 5000년 역사에서 배고픈 세월을 면 한지 겨우 40년 밖에 안됐다.
물론 우리의 현재 하드웨어 수준은 이미 선진국이다. 하지만 본질적 경쟁력은 어떠한가? 우리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인줄로 착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착시현상’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은 엄연히 다르고 우리는 이런 현실을 냉엄하게 직시해야 한다. 그간 수출과 일자리의 근간이었던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 뒤지면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10년 뒤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우리의 아들딸들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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