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전문경영인을 보내려 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첫 방미라는 중요성을 감안해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는 쪽으로 재고하는 것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원래 경제사절단에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참석할 것이란 의사를 경제단체 등에 전달했으나, 최근 "바뀔 수 있다. 아직 미정이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제14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와 만난 정 사장도 "미국에 갈지 안 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참석자가 확정되지 않았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재계에선 정 부회장이 직접 사절단에 참석하는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대 그룹 가운데 '맏형' 삼성은 총수 일가가 건강이나 재판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참석이 어렵고, SK와 LG에선 각각 최태원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경제사절단에서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오너가 불참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통상 이슈에서 자동차 부문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대차가 올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미국 방문 사절단에 처음 참가한 것도 이런 연장 선상에 있다. 따라서 전문 경영인이나 고령인 정몽구 회장보다는 정 부회장 참석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 부회장이 만일 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을 경우 '선물 보따리', 즉 투자 규모를 어느 정도 마련해야 할 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는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 하겠다고 올 초 밝힌 바 있어서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박한우 기아차 사장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등 국산 완성차 CEO(최고경영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별도의 일정으로 불참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멕시코 공장에 어려움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며 "우려보다는 훨씬 나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인도 공장 착공 일정에 대해서는 "부지 정지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연말 쯤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지 판매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제가 말씀 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밖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최근 출시된 현대차 소형 SUV '코나'에 대한 평가를 묻자 "시장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서로 브랜드 특성을 살려가면서 윈윈(win-win) 하는 방향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티볼리는 특히 승차공간이나 안전성 부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어 계속 동급 1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나에 맞대응할 티볼리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 계획에 대해선 "준비를 하고 있고 시장이 필요할 때 내놓으려 한다"며 "티볼리의 수출 시장을 확장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