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차원에서 국내 최고의 저출산 문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장,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 김혜영 숙명여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저출산 문제 심층토론에 참여했던 전문가다.
-저출산의 원인은?
▶김진석 교수(이하 김진석) = 저출산의 첫번째 원인은 만혼(晩婚)이다. 결혼이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첫번째 아이를 낳은 부모가 둘째를 낳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런 면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저출산의 원인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삼식 단장(이하 이삼식) = 지금까지 나온 정책이 백화점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각 계층별 상황이 달라 접근법이 어렵다. 예를 들어 생활이 곤란한 노인들에게는 공공부조로 해결하면 된다. 저출산 문제는 돈을 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
▶김혜영 교수(이하 김혜영) = 저출산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했고, 사회적 패턴이 바뀌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를 가속화시킨 면은 있다. 장기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애와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저출산의 해법은?
▶김진석 =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선제적으로 마련돼 직장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른바 ‘독박 육아’ 없애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등도 독려해야 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사회에 시그널을 주는 게 필요하다.
▶이삼식 = 결국 시스템적으로 풀어야 한다. 돌봄 시스템과 일·가정 양립 시스템, 교육 시스템 등 구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근본적인 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적으로 자꾸 ‘색칠’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혜영 =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부부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결국 아이를 낳는 게 좋다는 걸 설득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지금은 상당히 급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가 충분히 살 만하고 좋은 사회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김진석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통령 주재의 집행력과 실행력을 갖춘 위원회로 변모해야 한다. 이미 정책은 상당히 많이 나와 있다. 저출산이라는 맥락에서 모든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챙기는 사람은 대통령이어야 한다.
▶이삼식 = 개별 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개별 정책을 모아 임신 단계부터 출산, 양육, 성장, 일·가정 양립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부처간 소통과 연계가 안되고 있다. 지금처럼 개별적인 정책을 추진하면 출산율을 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김혜영 = 눈높이에 맞춘 정책이 되려면 부처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부처보다 상위조직의 조정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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