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상황이 바뀐다. 위원회는 저출산이 국민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교롭게 2000년 1.467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01년과 2002년 각각 1.297명, 1.166명으로 급감한다. 국가기록원은 “2002년 국민연금발전위원회의 우려와 합계출산율 발표로 저출산 문제가 공론화됐다”고 기술한다.
이후 저출산 담당기구들이 속속 생겼다.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저출산 공약 1번은 여전히 ‘저출산 전담기구 설치’다. 15년 동안 저출산 담당기구가 설치됐고, 5년 단위의 저출산 종합대책도 3번 나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모시키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전담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고 판단하고 새 판을 짜려는 게 문재인정부의 계획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출발점은 2004년 신설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4년 신설돼 대통령 자문기구 역할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 등이 논의됐다. 당시 위원장이 문재인 캠프에서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던 김용익 전 의원이다.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승격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12개 관계부처 장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작성을 주도했다. 1차 기본계획은 2006년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만큼 주목 받은 건 지원기구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산하에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를 설치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이었다. 실제 역할은 단순 사무국을 넘어섰다.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이었다. 본부장은 김용현 당시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이 맡았다.
본부장 아래에는 정책총괄관, 노인정책관, 인구아동정책관이 있었다. 정책총괄관은 저출산대책팀, 노후생활팀, 인력경제팀, 고령친화산업추진팀, 기획총괄팀 등 5개 팀으로 구성됐다. 복지부뿐 아니라 관계부처의 공무원들과 민간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범정부 기구였다.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는 2006년 나온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작성을 주도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흔들린다. 대통령 직속이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8년 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된다. 사무국 역할을 하던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도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으로 바뀐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저출산 업무가 복지부 고유업무로 범위가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다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올라선다. 지원기구는 5개과로 구성된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이 담당한다. 이 중 저출산을 담당하는 과는 3개인데, 고유업무를 고려하면 지원기구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위원회를 주재한 것도 두 번 밖에 없다.
국정기획위가 지난 8일 ‘저출산 심층토론’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 문제를 챙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문제 인식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 아동수당 도입,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의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참여정부 수준의 저출산 범정부 기구 신설과 복지부의 위상 강화가 예상된다. 복지부는 참여정부 시절 운영됐던 사회문화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사회문화 책임장관 역할을 맡기도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부처간 조정 역할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조직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구가 생긴다면 미래를 기획하는 기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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