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시설엔 '선생님' 대신 '어른 친구'가…

머니투데이 런던(영국)=진달래 기자 | 2017.06.20 08:15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②-2. 놀이전문가 '플레이워커' 아이들이 원할때만 개입

편집자주 | 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영국 놀이시설에는 '선생님'이 없지만 '어른 친구'가 있다. 플레이워커(Play worker)가 그 주인공이다. 교사처럼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놀이를 도와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런던의 '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는 설계할 때부터 플레이워커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설 책임자이자 플레이워커인 다운 자렛은 시설 중앙에 위치한 부엌을 가르키며 "모든 방향이 다 보인다"고 설명했다. 커다란 창으로 야외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고 부엌 옆으로는 벽 중앙이 뚫려 있어 실내에서 노는 아이도 확인할 수 있다. 지켜보되 특별한 경우에만 개입하는 식이다.

놀이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닌 어른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는 과정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플레이워커가 '어른 친구'에 비유되는 이유다.

런던 워터사이드 어드밴퍼 플레이그라운드 에 비치된 플레이워커 등 직원과 아이들이 각각 지켜야 할 수칙./사진=진달래 기자

워터사이드 어드밴처 플레이그라운드 벽에 붙어 있는 원칙을 보면 '공평하게 대하기' '아이들이 요청할 때 활동에 개입하기' '아이들이 원할 때 쓸 수 있도록 장비를 꺼내주기' 등이 적혀있다.

영국 정부는 놀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며 플레이워커를 주요 직종으로 꼽았다. 향후 복지 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직업이다.


플레이워커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동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는 이론 교육은 물론 응급처치, 그림 교육 등 업무에 필요한 소양이 폭넓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경우도 있고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사례도 있다.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플레이워커들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든버러 장애 아동 놀이시설 '더 야드'에서 일하는 플레이워커팀장 루니 맥퀸씨는 "(아이들이 하는) 어떤 행동도 부정적으로 보면 안되고 (어른들이) 시나리오를 만들고 예상해서 미리 아이들을 막아서도 안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면서 탐구하고 배우게 한다"고 설명했다.

8년 반을 일한 맥퀸씨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편견 없이 장애 아동들이 놀 수 있는 곳"이라고 뿌듯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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