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좋은 제목, 좋은 이름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7.06.13 05:40

[우리가 보는 세상]

2015년 11월 경찰의 '살수차' 시연 모습. /사진제공=뉴스1
#. 신문사에 들어온 뒤 오랜 기간 지면 편집을 했다. 그때는 지면에 실릴 기사 제목을 뽑는 데 비교적 긴 시간을 썼다. 제목은 기사의 첫인상이다. 마감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서 뭐가 더 좋을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업무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제목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바뀌었다. 독자들 반응이 바로 전달되는 온라인 특성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직하지만 아무도 안 보는 제목과 많이 보지만 자극적이기만 한 제목, 이 양끝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게 고민거리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목을 짓는 내 나름의 규칙이 생겼다. △짧을 수 있다면 짧게 △구체적이고 쉬운말로('3배 수익'보다는 '1000만원 벌었다'가 좋다) △독자의 마음에 닿을 만한 내용 꺼내기 △유머는 좋지만 어설픈 말장난은 금지 △기사에 없는 표현으로 기사 내용을 잘 담을 수 있다면 최선 등이다.

#. 지난 5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존의 살수차(물대포차)를 참수리차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시위 때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는 등 기존 이름이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참수리(참水利)란 참되게 물을 이용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제목 짓기처럼 이름을 붙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스코로보'라는 의약품과 '인지니오'라는 주방용품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제품이다. 둘은 이름이 바뀐 뒤 큰 히트를 쳤다고 한다. 앞의 의약품은 멀미약 '키미테'이고 뒤의 제품은 손잡이가 분리되는 '매직핸즈'이다. 바꾼 이름들은 제품 특징이 잘 드러나 한번에 쉽게 이해가 된다.

참수리, 설명을 듣고 나면 그런 뜻이구나 싶기는 한데 바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국민들 반응도 좋지 않다. 사실 이름 자체에 대한 호불호 평가는 두 번째 문제이다.

#.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온라인 기사 중 '낚시성 제목'을 이유로 제재 받은 건수는 전체 제재 기사의 22.7%를 차지한다(총 461건 중 105건). 지난해(17.9%)보다 5%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통계와는 반대로 인터넷 뉴스 독자들의 눈높이는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다. 제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사에는 단순한 비난 댓글만 붙지 않는다. 기사 내용과 제목을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문제제기한 글들도 눈에 띈다.


참수리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첫 번째 이유는 물대포라는 기존의 쓰임새에 당장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름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따른다.

제목을 다는 나름의 규칙들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기사 핵심 내용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목도 이름도 자기 모습을 제대로 담지 않으면 환영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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