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익' 걸린 외교장, '신의' 저버린 정부

머니투데이 아스타나(카자흐스탄)=유영호 기자 | 2017.06.13 06:16
엑스포(세계박람회)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하지만 엑스포를 말 그대로 ‘축제’로만 여기는 국가는 없다.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라는 첫 구호와 달리 엑스포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무대였다. 영국은 1851년 런던엑스포에서 증기기관을 선보여 ‘대영제국’의 태동을 알렸고, 미국은 1876년 필라델피아엑스포와 1878년 파리엑스포에서 전화기·축음기·전구를 잇따라 공개하며 초강대국의 면모를 보였다.

상황은 지금도 비슷하다. 각국은 첨단기술을 앞세워 자국의 위상을 알리고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와 이합집산한다.

10일(현지시간)부터 9월10일까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엑스포는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CIS의 맹주를 자처하는 카자흐스탄은 세계적 자원부국인데다 유라시아대륙의 물류·금융 허브로 부상했다.

그런 까닭에 CIS 소속 수반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등 거물들이 줄줄이 엑스포를 찾았다.

특히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국력을 집중 중인 중국은 엑스포에 맞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을 아스타나에서 개최하고 외교의 장으로 활용했다. 현지언론은 시 주석의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히 소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참가국 중 최대 규모로 한국관을 꾸렸다고 홍보하고선 정작 개관식 주빈엔 담당 과장을 보냈다. 장·차관급이 참석하려 했으나 ‘인선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취소됐다. 대참하려던 ‘실장(1급)’은 비서관에 내정돼 청와대로 불려 갔다.

이러니 ‘한국을 전략적 협력국으로 선택하고 가장 큰 방을 내 준’ 카자흐스탄 정부가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아흐멧잔 예시모프 아스타나엑스포 조직위원장, 카심벡 제니스 투자개발부 장관이 지난 11일 한국관 개관식에 불참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19개 밖에 없는 ‘전략적 동반자’이자 ‘지한파’를 자처하는 국가다. 동반자 관계의 핵심은 ‘신의’인데 한국은 이를 저버린 모양새가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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