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연아 사라진 에어컨 광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7.06.12 05:00
김연아 없는 에어컨 광고가 낯설다.

올해 에어컨 광고와 지난해 광고의 차이점이다. '삼성 에어컨=김연아', 'LG 에어컨=손연재'라는 공식이 안 보인다.

LG 휘센이 에어컨 시장을 주름잡던 2009년 삼성전자의 '씽씽(Sing Sing)송'을 부르며 등장했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말이다. 당시 '하우젠'이란 브랜드를 반석 위로 끌어올린 건 오롯이 김연아의 힘이었다.

올해 광고에는 갓난아이를 안아 재우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커피숍의 연인, 낮잠을 즐기고 저녁 노을을 함께 바라보는 신혼부부도 나온다.

보통사람은 평생 꿈도 못 꿀 몇몇 유명인의 휘황찬란한 스케줄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에피소드가 주목받는 세태를 겨냥한 전략이다. 권위주의 시대가 마감한 이후 광고시장에까지 부는 민주화의 바람이랄까.

시장 반응도 호의적인 편이다. 감성을 건드린 광고에 감동했다는 평이 어렵지 않게 들린다.


기업을 상대하는 기자의 눈에서 가전 광고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면도 보인다. 유행가의 후렴구 같은 있으나마나한 단어의 나열 대신 부쩍 늘어난 첨단의 어휘 말이다.

무풍, 지능형, 무급유처럼 얼핏 들어도 만만찮은 말들이 CF퀸들의 빈 자리를 채웠다. 그동안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이미지로 승부했던 기업들이 드디어 기술력을 내세운 진검승부에 나선 모양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선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경쟁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치명적인 구도다. 고만고만한 제품을 갖고 이미지로 승부하는 경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뒤처진 기술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회복 불가능한 승부이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의 경쟁력이 비루했던 1980년대에 일본여행의 필수코스는 '코끼리 밥통'을 사오는 것이었다. 선물용으로 산 '코끼리 밥통'이 세관에서 걸릴까 봐 여행지 숙소에서 밥을 지어먹고 쓰던 물건인양 들여온 이들이 많았다는 일화가 기억난다. 불과 30년도 안 된 얘기다. 유명인사가 사라진 올해 가전광고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면 지나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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