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비데에서 세수를 한다?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 2017.06.10 08:00

[신아름의 시시콜콜]

전통적인 비데의 모습(사진 오른쪽).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비데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대학생 이준영(25)씨는 최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숙소 화장실에서 희한한(?) 물건을 목격했다. 양변기 옆에 양변기처럼 생긴 물건 하나가 더 놓여있었던 것. 그 물건이 양변기와 다른 점은 수도꼭지가 달렸다는 점이었다. '발 닦는 데 쓰는 건가?' 한참을 고민하던 이 씨는 숙소 주인에게 물건을 용도를 물었다.

숙소 주인은 몸의 어느 부위든 닦을 때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했다.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할 때뿐만 아니라 손, 발을 닦을 때 써도 상관없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우리의 세숫대야같은 물건이구나' 생각하던 이 씨는 순간, 숙소 주인이 말한 물건의 이름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물건의 이름이 다름 아닌 '비데'(Bidet)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비데는 오직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뒤처리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이다. 양변기와 함께일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비데가 설계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비데에서 손을 씻고 발도 씻는다는 건 우리로선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하지만 몇몇 유럽 국가들에선 이같은 사용 방식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이 손을 닦을 때는 비데가 특히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서는 일반 가정의 97%에서 이같은 형태와 용도의 비데를 쓴다. 비데의 종주국이란 자존심과 함께 말이다.

비데는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한 가구 제조업자가 여성들의 뒷물을 위한 용도로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데라는 단어는 그보다 더 오래됐는데 고대 희랍어에서 비데는 '여성이 뒷물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옛 프랑스어로는 '조랑말'이란 뜻도 갖고 있다. 비데를 사용할 때의 모습이 말을 타듯 걸터앉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비데는 하루 종일 말을 타느라 '치질'을 달고 살던 당대 남성들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데가 오늘날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된 시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왜 현재와 같은 형태의 비데를 사용하게 됐을까. 이는 일본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욕실 기업인 '토토'(TOTO)는 1980년대, '화장지 없는 화장실'을 표방하며 전자식 비데를 개발해 보급했다. 전자식 비데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제품으로 기존 양변기 위에 얹는 방식으로 설치하며 전력을 사용해 버튼 하나만으로 구동한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교류가 많고 같은 동양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의 비데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 이후 전자식 비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중산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데가 이제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상업용 건물의 공동 화장실에서도 이젠 어렵지 않게 비데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비데 보급률은 2010년 33%에서 지난해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비데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일본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증가세가 가파른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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