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환호의 한달, 준비된 대통령의 첫 시험대

머니투데이 박재범 정치부장 | 2017.06.09 04:29
훌륭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 달, 총평은 모아진다. ‘예고편’을 뛰어넘는 ‘본편’에 감동과 만족은 배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만의 환호가 아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실눈을 떴던 반대자도 기립 박수다. “무서울 정도로 잘 한다”는 야권 인사의 말이 나올 정도다.

인사, 메시지, 퍼포먼스 등 모두 완성도가 높다. 주연 배우인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이다. 사실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인사일수록 반신반의했다. ‘잘 해야 할텐데…’라는 기대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교차했다. 한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우리가 문재인을) 잘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 기존 정치의 잣대로 문 대통령을 규정짓고 재단하려 했다는 반성이었다. 다른 인사는 “정치인 문재인보다 대통령 문재인이 맞는 옷”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정치는 낯선 것이었다. 반대로 청와대 업무는 생소하지 않다. 익숙하다. 참모들은 그의 업무 장악력에 놀란다. 진정성을 갖고 호흡하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다. 메시지는 탁월했다. 취임날 던진 대국민 메시지는 간결하면서 명확했다. 5.18 기념사, 현충일 추념사는 감동을 담았다. 국가 기념식을 생중계로 보고 ‘짤방’으로 보는 유행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주연 배우의 힘이다.

인사와 메시지의 융합 역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장하성과 김상조로 정부의 색깔을 보여준다. 조국, 윤석렬 등 이름만으로 방향이 가늠된다. 인사 검증 과정의 잡음도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그만큼 참신, 파격, 신선이 주는 영향이 크다. 한 인사는 “캠페인 같다”고 평했다. 선거와 맞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 정작 국정 운영 첫 달을 선거처럼 보낸다는 의미다. 활력, 참신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지속성이 문제다. 캠페인과 국정은 질적으로 다르다. 1~2회 눈길을 끌던 TV 미니시리즈 드라마도 그 힘을 끝까지 유지하기 쉽지 않다. 하물며 국정은 대하 드라마다. 처음이 강력할수록 만족도를 높이는 게 어렵다. 한 두 번의 흥밋거리는 곧 진부해진다. 예컨대 스토리 중심의 인사 스타일이다. “최초의…” “첫 비법조인…” “첫 여성의…” “흙수저 출신의…”. 우리가 접한 인사들의 수식어다. 다음번 인사는 어떤 미담이 있을지에만 관심이 쏠린다.

모든 인사가 미담과 스토리를 갖출 수는 없다. 싫증나면 눈길을 다시 잡아오기 어렵다. 한두번의 눈길을 끌 수 있어도 5년간 미담 인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념식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감동을 줄 수는 없는 거다. ‘캠페인’은 이벤트 수준이어도 박수를 받지만 국정은 그렇지 않다.


물론 준비된 대통령의 준비된 행보는 안정감을 준다. 비정규직을 만나고 치매 환자를 보듬으며 정책과 연결하는 것은 새 정부의 힘이다. 10년 전 아마추어라고 비판받았던 집권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 개혁, 국방 개혁 등에 접근하는 발걸음에서도 성숙이 느껴진다. 콘서트장에서 멋진 공연을 보듯 국민들이 현 정부의 개혁을 지켜보고 환호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국정은 이벤트나 공연이 아니다. 행사장 배관 펌프가 터져 발밑에 물이 차면 환호는 곧 짜증, 불만으로 바뀐다. 이미 약간의 시그널(신호)이 감지된다. 바로 참여정부를 5년간 괴롭혔던 ‘부동산’이다. 대통령이나 김수현 사회수석을 비롯한 참모들에겐 ‘트라우마’다. 청와대는 ‘(시장에) 시그널을 주지 않는 게 시그널’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시험한다. 실제 아파트 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메시지나 스토리로 막을 수 없는 민감한 이슈다.

국방개혁, 검찰 개혁 등을 뒷받침하는 지지층도 결국 부동산에 종속돼 있다. 참여정부 민심 이반의 출발점도 집값 폭등이었다. 어찌보면 ‘일자리 100일 플랜’보다 급한 게 부동산 대책일 수 있다. 일자리 플랜이 준비된 대통령의 행보라면 부동산은 ‘준비되지 않은’ 사안, 그리고 ‘매우 약한’ 고리에 대한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 8월하순, 취임 100일 일자리 콘서트장의 환호성이 부동산 누수에 따른 비명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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