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경화, UN OCHA '혹평' 보고서 때문에 물러난 것 아냐"

머니투데이 박소연, 김성휘 기자 | 2017.06.05 04:02

[the300]UN 동료직원 이메일 인터뷰 "가족과 생활하려 사의, 보고서 발주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대우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들어서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6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시절 이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외부 보고서 결과로 사표를 썼다는 의혹에 반박하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강 후보자와 유엔(UN)에서 함께 근무한 A씨는 지난 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e메일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가 지난 10년간 유엔 생활을 청산하고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가족과의 생활에 우선을 둬야겠다는 입장은 외부진단을 발주한 것보다 훨씬 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OCHA의 전면 개혁을 주문한 이 보고서 탓에 강 후보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란 일각의 지적과 정반대의 주장인 셈이다.

OCHA의 수장인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사무차장은 앞서 2015년 7월 취임 후 OCHA 조직의 효율성에 관한 '기능검토'(functional review) 보고서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했다. 지난해 6월9일 발표된 보고서는 OCHA의 문제점을 강력 비판하며 전면적 개혁을 요구했다. 강 후보자는 그 직후인 6월13일 사표를 제출했다. 여기서 강 후보자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A씨는 강 후보자의 사표 제출이 외부진단 결정과는 상관없는 개인적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강 후보자는 자녀들이 모두 한국에 귀국했으므로 엄마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한국에 귀국하겠다는 계획을 저와 주변 동료들에게 밝혔고 공적으로는 자신이 발레리 아모스 사무차장 시절 임명된 사무차장보이므로 신임 오브라이언 사무차장이 업무에 익숙해질 시점에 사임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강 후보자의 사표제출 시기에 대해 "반기문 사무총장이 2년간 준비한 '제1회 세계인도주의 정상회의'가 2016년 5월 개최되는 점을 고려해 6월13일 제출한 것"이라며 "이후에도 오브라이언 차장이 사임 시기를 늦춰줄 것을 부탁해 지난해 10월에야 OCHA를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보고서 결과에 대한 강 후보자의 책임 여부에는 "OCHA의 과제와 문제들은 강 후보자가 부임하기 훨씬 전부터 지속돼온 것들"이라며 "강 후보자에게 직접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강 후보자는 BCG의 서면조사 및 인터뷰에 객관성과 솔직함을 바탕으로 성실히 임했으며 OCHA 업무의 특수성 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유엔은 늘 개혁이 요구돼왔고 이를 위해 미국 소재 컨설팅회사를 고용, 보고서를 발주하곤 한다.

A씨는 강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뉴욕본부와 현장을 이끄는 많은 OCHA 직원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강 후보자는 2013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OCHA 재임기간 중 까다로운 인도적 사태에 대해 유창하고 분명한 어조로 유엔 안보리에 수차례 브리핑을 했고 수많은 인도적 사태 현장을 누비며 약자를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며 "소통의 달인으로 유엔 내 정평이 나있고 겉모습은 부드럽지만 강인한 면모를 지닌 외유내강형"이라고 평가했다.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북핵이나 위안부 문제 등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강 후보자는 인도적지원조정실 소속으로 북핵문제나 위안부문제와 연관될 수 있는 고위관리가 아니었다"며 "유엔 규정상 원칙적으로 그런 문제에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에서 임기를 마치고 한국 귀국을 준비하다 OCHA로 부름을 받았고 OCHA 사무차장보 자리를 떠나려 짐을 싸던 중 구테흐스 신임 총장의 (잔류요청) 전화를 받았다"며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이란 중책을 맡기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 지명은 강 후보자의 실력이나 전문성 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한편 강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후보자의 OCHA 사퇴시기와 관련, "후임 사무총장 선거도 있고 해서 늦춰진 것이지 사퇴압력을 받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A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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