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안쓴 수천억대 'MB·박근혜 펀드', 새정부서 활용 목소리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주명호 기자 | 2017.05.30 04:52

MB정부때 5천억 청년펀드 소진율 50%·박근혜 정부 1천억 희망펀드 소진율 10%.."국고환수 안돼..활성화 필요"

전 정부 시절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금된 펀드가 활용되지 못한 채 절반 이상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청년전용 창업자금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과거 정부 때 소진하지 못한 수천억 원대 펀드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박근혜정부 시절 1000억원 규모의 ‘청년희망펀드’(이하 희망펀드)를 조성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취지로 5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지원펀드'(이하 창업펀드)를 만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희망펀드는 10%, 창업펀드는 48% 소진됐다.



창업펀드는 2012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의 기부금을 받아 만들어졌다. 운용은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이 담당한다. 청년창업재단 이사장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맡았다. 당초 20개 금융회사가 3년간 총 5000억원을 내놓기로 했으나 소진율이 낮다 보니 출범 4년이 넘은 지난해 말까지 기부금이 4000억원에 그쳤다. 실제 사용금액도 2413억원으로 5000억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청년창업재단은 청년 창업을 투자와 보증으로 절반씩 나눠 지원하기로 했지만 2013년 10월부터 보증은 중단했다.

이와 관련, 청년창업재단 관계자는 "당초 초기 단계의 기업에 선별 투자하다 현재는 성장사다리펀드에 출연하고 있는데 캐피탈콜(요청이 오면 돈을 주는) 방식으로 출연하다 보니 소진율이 더디게 보일 수 있다"며 "기부금도 당초 은행에서 3년간 5000억원을 받기로 했지만 투자에 시간이 걸려 6년에 걸쳐 나눠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해 유명세를 떨친 희망펀드는 소진율이 더 민망한 수준이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조성금액 1020억원 중 899억원이 사용됐지만 이 지출액에는 은행 정기예금에 맡긴 돈도 포함된다. 은행 정기예금에 맡긴 돈을 제외하고 재단 운영비와 청년 창업에 지원된 금액은 전체 지출액의 10%가량인 89억원뿐이다.

이 펀드는 5개 은행을 통해 기부금을 받아 조성됐는데 대통령이 1호로 가입했다는 점을 의식한 은행들이 ‘1인 1계좌 유치’ 할당까지 내렸다. 이 때문에 은행 임원들이 일제히 가입하고 대기업 오너들도 줄줄이 기부금을 내 ‘팔 비틀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청년 창업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지 않다 보니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희망펀드를 운용하는 청년희망재단은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을 세우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승인해 자금을 집행한다.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박희재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가 맡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펀드 소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대해 “기부금은 재단 소유라 고용부가 어떻게 쓰라고 지시할 수 없고 재단이 해체되지 않는 한 국고로 환수할 명분도 없다”며 “다만 신임 고용부 장관이 임명되면 이사회 운영에 대해 새로운 의견 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모태펀드 청년계정 신설’ ‘청년전용 창업자금지원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과거 정부 시절 ‘반강제’로 조성된 펀드라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정부의 청년 관련 펀드 2개의 잔액이 3500억원에 달해 국가기획자문위원회가 창업 실패시 재기를 돕기 위해 조성하겠다고 밝힌 ‘재기펀드’ 조성 규모인 5000억원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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