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집값 상황판'도 설치되길 바라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7.06.01 06:30

[소프트 랜딩]'미친' 집값·전셋값을 잡지 못하면 소득주도 성장론은 공염불에 불과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그동안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감춰졌던 대통령 집무실이 공개되고 일자리 상황판을 활용해서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무척 신선했다.

일자리 상황판은 일자리 정책이 새 정부의 제1의 국정과제이며 문 대통령이 이를 직접 챙기겠다는 국정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이 정부조직과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하다. 해당 부처는 최소한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복지부동하기 힘들 것이고 각 기업도 고용이나 노동자 처우 등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자리 문제가 2030 젊은 세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면 중년의 3040세대 직장인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주택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과 더불어 '대한민국 집값 상황판'도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값 상황판'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박근혜정부 이후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4년간 전국 집값은 2억1317만원에서 2억6998만원으로 무려 26.7%나 올랐다.

하지만 연금·세금 등을 제외하고 구매력을 나타내는 가계총처분가능소득(명목기준)은 2013년 808조6000억원에서 2016년 929조6000억원으로 총 1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가계의 소득증가율이 집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0대 직장인이 12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두 번째로 집값 고공행진으로 전세난 역시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은 무려 30.5% 올랐고 월세를 낀 준전세(반전세) 가격은 무려 77.4%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연간 2~3% 남짓한 현실에서 전세 재계약을 위해 적게는 1000만~2000만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얹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2년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재계약 시즌이 되면 전세 입주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시 인구가 30여년 만에 1000만명 시대를 마감하게 된 배경도 바로 이러한 소위 '미친 전셋값'을 견디다 못한 서민들이 결국 서울을 떠나 주변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한 데 따른 것이다.

셋째, 높은 집값 또는 전셋값의 상승은 결국 서민들의 쓸 돈을 줄게 한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근로자(5인 이상)의 임금상승률은 10.1%에 불과하지만 집값이나 전셋값은 그보다 2~3배로 뛰어버리니 서민들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쓸 돈이 없다.


새로 집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서민들은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다. 전세 입주자도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재계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모아둔 돈을 다 쏟아붓거나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국 이렇게 집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여력을 쏟다보면 정작 가계엔 쓸 돈이 부족하고 기존 소비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지난 4월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이며 그중 4분의3은 실제로 소비지출과 저축을 모두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가계부채가 실제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더구나 새 정부의 중요한 경제정책 중 하나가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런데 소득이 아무리 늘어봐야 미친듯이 오르는 집값·전셋값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결국 서민생활은 여전히 쪼들리고 소득주도 성장은 헛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넷째,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개포동 주공5단지의 경우 대선을 전후로 4개월 만에 1억3000만원이나 올랐고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몇 개월 새 평균 1억원 이상 상승했다. 심지어 강동구 주공아파트는 대선 이후 불과 보름 만에 50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특히나 참여정부 당시 집값이 크게 올랐으니 문재인정부에서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심리가 이러한 투기심리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권 초부터 들썩이는 집값을 방치하고 기대심리와 투기심리가 뒤섞이면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것이며 서민들의 한숨과 설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80%를 상회하는 새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서민들은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해 혹은 전셋값을 충당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힘든 현실을 새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마도 대통령 집무실에 '집값 상황판'이 만들어진다면 그러한 서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작은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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