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총의 난' 조기제압…"盧 실패 반복 안 돼"

머니투데이 최경민 김성휘 이재원 기자 | 2017.05.29 09:16

[the300]靑-국정자문위, 경총 '일자리 정책 비판'에 '깜짝'…"정책표류 우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2017.3.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통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언어는 그동안 과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물론, 대변인 등 참모들도 절제된 언어를 구사했다. 그런 기조가 깨진 게 지난 26일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일자리정책에 경제계가 우려를 내보이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이를 '제압'했다.

지난 25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은 새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겨냥해 "획일적으로 (비정규직을) '좋다, 나쁘다, 된다, 안 된다'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갈등만 부추긴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6일 약 세시간 만에 3단계로 '불꽃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나 발언 수위가 높은 것 등을 두고 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적잖았다.

상황을 돌이키면 이렇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조간신문 등에 나온 경총의 입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새 정부가 국정 1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 경총이 정면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자신의 직속기구로 일자리위원회를 마련해두고 관련 문제를 직접 챙길 것을 지시했던 바 있다.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치도 이뤄졌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경총의 반발이 나오자 국정기획자문위의 김진표 위원장과 박광온 대변인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대변인은 정오경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으로 경제계가 정부입장을 "오독"했다고 지적했다.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고도 했다. 뒤이어 김진표 위원장이 이동중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같은 국정기획위 차원의 보고는 청와대로도 올라갔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토론은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3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 자신도 "경총이 정부 정책을 심각하게 오독했다"고 논평했다.


이 같은 긴박하고 강력한 대응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거친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김 위원장은 이번 경총의 반응을 보며,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경제계의 '저항'에 부딪혀 경제정책의 갈피를 못잡았던 뼈아픈 경험을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좌파·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에 휘둘려 개혁을 힘있게 진행하지 못했던 과거를 다시 반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이 시작도 전에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끝난다'는 각오로 정책을 시작하고 있는데, 경총이 정책의 정확한 파악도 하지 않고 갈등을 일으킬 발언을 한 것"이라며 "정권이 민간기업에게 정규직 전환을 강요하는 듯하게 밝힌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영배 부회장의 말을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개혁에 대한 반대의 '첨병'이라고 판단한 측면도 있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저런 말들이 여론의 첨병 역할을 한다. 저렇게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보기에는 경제계에서 조직적으로 나선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강하게 나서 기선을 제압해 경제계에 정부의 일자리 정책 주도 의지를 피력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압이 가능할 때 제압하겠다"는 뜻은 일견 맞지만, 경총 부회장의 발언을 대통령이 정면반박하는 게 '격'에 맞냐는 지적이 하나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경우 계속 대통령이 나설 것이냐는 딜레마도 생긴다. 경제계의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실제 정책적으로 보여줘도 충분한 것인데, 청와대가 '말 대 말'로 각을 세운다는 이미지 역시 형성됐다는 건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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