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기 경쟁?…'장·차관 없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 2017.05.28 18:14

부처별 협의 없이 무리한 보고 이어져…국정기획위 토론 과정에서 조율될 듯

주요 부처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였는데, 업무보고 내용 중 일부는 실제 구현될 '정책'으로 포장돼 공개됐다.

하지만 정책으로 보기 다소 모호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소요 재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과 '공약'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이 구성되지 않은 점도 부처별 업무보고의 한계로 꼽힌다.

28일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국정기획위 합동 업무보고가 시작된다. 부처의 업무보고 중 논쟁적인 내용이나, 부처별 조율이 필요한 내용을 토론 주제로 결정한다.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창업국가 조성 방안이 합동 업무보고 주제로 정해졌다. 주제는 앞으로 추가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 보면 심층적인 토론이 불가피하다.

국정기획위는 토론을 통해 재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업무보고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브리핑에서 공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을 보면, 교육비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평균 5조6000억원이다. 여기엔 어린이집 누리과정 국고지원과 고교무상교육 등이 포함된다. 과제별 소요재원은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교육부의 업무보고는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조율이 없었다. 연간 약 2조원이 투입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중 국가가 책임지는 건 지난해 특별회계로 만든 8600억원이다. 나머진 지방 교육청에서 부담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더라도 부담 주체만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총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전액 국고지원은 공약과 정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증액을 결정한 국방예산은 좀 더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하다. 국방부 역시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국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을 7~8%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약 4%로 낮아진 국방예산 증가율을 참여정부 시절로 돌리겠다는 것.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국방예산은 40조3000억원이다. 이를 8% 늘리면 약 3조2000억원의 증액이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규모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는 국방예산의 정확한 소요재원이 나오진 않는다. 국방·기타 분야의 소요재원만 4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전액 국고 지원, 국방예산 증액 등은 모두 대통령 공약 총 소요 재원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공약 재원을 넘어선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각 부처가 새 정부와의 '허니문' 기간이라는 점에서 공약 이행계획을 무리하게 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의 장·차관이 임명되지 않아 각 부처엔 의사결정권자가 사실상 없다. 업무보고에 나선 실·국장 역시 장·차관 임명 후엔 보직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결국 국정기획위 업무보고만 보면 연평균 35조6000억원으로 추계한 문 대통령의 공약 재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연평균 22조4000억원의 재정개혁과 연평균 13조2000억원의 세입개혁으로 소요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도 바꿔야 한다. 증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정기획위 핵심관계자는 "각 부처가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장·차관의 부재를 부담스러워했다"며 "장·차관 인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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