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공정위를 공정하게 운영하기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 2017.05.26 05:00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모토로 출발했다.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첫 공정거래위원장을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로 내정했다. 또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김 교수에 앞서 원조 '재벌 스나이퍼'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재계가 바짝 긴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행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방계그룹(CJ, 신세계, 한솔,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현대, LS, LIG 등)을 아우르는 '범 4대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유심히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재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경제질서를 바로잡는 경제경찰로서 공정거래위원장의 역할은 기업의 활동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그런 만큼 아예 사안을 모르거나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지는 인물이 맡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재계의 이슈에 관여해온 그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을 가지면서도 안도할지도 모른다. 김 내정자가 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공정거래법 제1조에 잘 나와 있다.

김 내정자의 역할은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대기업 이슈에 조예가 깊은 김 위원장 내정자가 잘하리라 믿는다.

김 내정자에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름)을 제대로 실천해달라는 것이다.

말뜻대로 하자면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이다. 공평이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의미하는 것이고, 올바름이란 정의롭다는 거다. 다시 말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정의롭게 처리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도'라는 의미는 대기업에게 치우치지 말라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 쪽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청이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치우친 정책을 짜고 펼칠 수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기청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공정'은 큰 사람이나 많이 가진 사람의 것을 가져다가 작거나 적은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공정위의 규제 대상인 시장지배적 지위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4대 그룹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 이 기업들의 시장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다. 국내에서의 규제 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있다면 잘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적 잣대에서만 규제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손발을 묶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지도 못하고, 창의적인 기업활동도 이끌지 못해 국민 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역행할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동네 축구 수준의 룰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플레이어는 같은 덩치의 글로벌 경쟁선수와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룰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 방법도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받아서 적은 사람에게 주는 것은 공정경쟁이 아니라 복지다.

적게 가진 사람을 키워서 많이 갖게 만들어 대기업을 더 많이 만드는 게 균형발전의 시작이다. 대기업의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다. 김 내정자의 정확한 타겟팅을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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