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악화 속도…외환위기 후 '최고'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7.05.25 12:00

통계청 '2016년 소득분배지표'…저소득층 소득 감소하며 빈부격차 확대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폐업위기에 내몰린 자영업들이 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점포가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최근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경기 불황에 시름하던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7.2.26/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대 소득분배 지표 시계열을 넓혀 보면 빈부격차 속도가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결론부터 보면 지난해 소득분배 악화 속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르다. 통계 시계열이 1990년부터 집계된 '도시 2인 이상 가구'(도시가구)를 기준 삼아 비교한 결과다.

지난해 도시가구의 지니계수는 0.278로 전년보다 0.009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지니계수 증가 폭은 1998년(0.285) 전년 대비 0.028 오른 뒤 가장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0.294) 지니계수는 전년보다 0.002 증가했다.

소득 5분위 배율과 빈곤율 지표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4.46배로 전년 대비 0.26배 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46배 많다는 의미다. 1998년 소득 5분위 배율이 전년 대비 0.75배 포인트 뛴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지난해 빈곤율은 전년보다 0.6%포인트 확대된 11.0%를 기록했다. 빈곤율 역시 1998년 10.9%로 전년 대비 2.7%포인트 오른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소득분배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된 원인은 저소득층 소득 부진에 있다. 지난해 전체 가구 기준으로 1분위 처분가능소득(실제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은 전년보다 2만7000원 감소한 72만9000원을 기록했다. 전체가구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모든 계층을 통틀어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적은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1분위에 속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소득이 모두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 탄핵 정국에 따른 내수 부진 등으로 저소득층이 받은 타격이 가장 컸다는 설명이다.

저소득층 근로자가 많이 포함된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보다 10.1% 감소하는 등 한해 내내 고용 성적이 부진했다. 구조조정 실직자가 유입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각각 5.1%, 9.6% 증가했다.


정권 차원에서 보면 소득분배 지표는 노무현정부 때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이명박정부 시절 가장 부진했다. 2000년대 들어 비정규직 증가, 영세 자영업자 몰락, 노인 빈곤율 상승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후반기부터 박근혜정부 중반기까진 분배가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기초연금 도입, 근로장려금 실시, 맞춤형 급여 확대 등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됐다. 세제 지원, 현금 지급 등으로 소득 격차를 교정하는 정부정책 효과는 꾸준히 확대 추세다.

하지만 정부정책 효과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지난해 시장소득 지니계수에서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를 뺀 정부정책효과는 0.049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158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5.35배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33배 포인트 증가했다.

김이한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감소하며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며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 노후소득 보장강화 등 저소득층의 소득증대 및 격차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