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공매도 '의혹'만 남겨…개미 잡고 기관 놓쳤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7.05.24 18:40

(종합)금융위 "심증 있지만 물증 없었다…역량 한계 인정"

한미약품 정보유출 경로/사진제공=금융위원회
한미약품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2차 정보수령자'들이 24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015년 7월 2차 정보수령자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한 뒤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 첫 사례다.

다만 악재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의혹은 검찰 수사에 이어 금융당국도 밝혀내지 못했다. 다수 대형 증권사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미약품 관련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현재 관계당국 역량으로는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공매도 적발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어 한미약품 직원과 전업·개인 투자자 등 14명에게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29일 저녁 7시 6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통보를 받았지만, 다음날인 9월30일 오전 9시29분에 이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알게 된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직원들이 직원들이 지인 등에게 정보를 유출했으며, 특히 계약해지 다음날 개장 후 공시한 탓에 정보를 취득한 투자자들의 손실 회피가 가능했다.

증선위의 과징금 부과 대상은 미공개정보를 전해 듣고 주식을 매도, 손실을 회피한 2차 정보수령자들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정보는 내부직원과 동료를 거쳐 가족·지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 총 25명이 손실을 회피한 가운데 액수가 작은 11인은 엄중경고 후 과징금을 면제 받았다.

반면 당시 한미약품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남긴 증권사들은 적발하지 못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펴 파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을 비싸게 판 뒤 주가 하락 후 싸게 사들여 지급하면 그만큼 차익을 볼 수 있다.


계약해지가 공시된 30일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은 역대 최대인 10만4327주였는데, 이중 절반(5만471주) 가까이가 개장 후 공시 전인 오전 9시 28분까지 집중됐다. 특히 이날 공매도 주체의 3분의 2는 국내 증권·운용사에 집중됐다.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이 농후한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도 금융당국도 이런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증권사·운용사 실무자들의 휴대폰과 업무용 컴퓨터까지 뒤졌지만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공시 전 계약해지 정보를 인지하고 있던 한미약품 임직원만 수십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 번에 이들의 정보 유출 경로를 이잡듯이 뒤지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크다. 거래소 등과의 협조를 통해 의심 계좌를 특정하는데만 상당 시일이 걸리고, 이 와중에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도 있다. 유 단장은 "증권사 일부는 공매도를 한 나름의 이유가 소명돼 무혐의 처리했고, 정황상 의심스럽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공개정보 활용 공매도의 물증을 잡기는 극히 어렵다는 게 관계당국의 평가다. 검찰 역시 주요 증권사·운용사들 다수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빈 손'은 마찬가지였으며, 과거에도 공매도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2차 정보수령자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성과 대신 '개미만 잡고 기관은 놓쳤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계당국의 수사 능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업계에 '미공개정보 유출 활용 공매도는 법망을 피하기 쉽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처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건에서도 기관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가려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지금으로선 업계 종사자들의 윤리 의식 고취와 자정 노력, 내부 고발 활성화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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