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엔 '탱탱한 황도', 여학생은 '술 서빙'…도넘은 대학축제

머니투데이 이슈팀 남궁민 기자 | 2017.05.26 06:40

강제참여에 성희롱 경험도…학생회 "주점 수익으로 1년 운영"…학생간 갈등 심화

주점으로 가득한 축제 기간의 대학 캠퍼스 모습 /사진=남궁민 기자

#"주점 강제 참여, 선배들이 했다고 신입생도 무조건하라니요. 심지어 새벽 5시까지 일해야 한다는데. 참여율이 저조할 것 같으면 안하는 게 맞지 않나요? 강제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서울 K대학교 '대나무숲')

대학가 축제 기간 캠퍼스 곳곳에 학과·동아리 주점들이 들어서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주점 운영에 강제 동원되는 신입생들이 괴로움을 토로하고 성희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선후배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6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와 익명게시판 '대나무 숲'에는 축제기간 주점 운영 참여의 고충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학생들은 참여하지 않으면 학내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분위기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신입생 박모씨는 "이번 주 학과 주점에 동아리 주점까지 이틀 연속 새벽까지 일했다"며 "술 나르고 안주 만드느라 밤을 새 축제를 즐기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서빙, 요리, 청소 등 잡일은 신입생들이 도맡아 한다. 자원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역할이 있었다"며 "선배들은 거의 시키기만 하고 다른 동기들도 불만이 많지만 불이익을 걱정해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축제 주점 운영시 역할 배정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입생으로 올해 축제에서 서빙을 맡은 최모씨는 "역할을 나누는데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에게 서빙 역할을 맡겼다"라며 "새벽이 되면 팔을 붙잡으면서 같이 술 마시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서빙하는 여학생들한테 번호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 정말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주점 메뉴와 홍보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손님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성적 표현이 남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강원도 소재 한 대학교 축제에서는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탱탱한 황도' 등 자극적 표현이 사용된 메뉴판이 주점에서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또 다른 대학 주점에서는 '오빠의 O치', '누나의 O꼬치' 등의 자극적 문구가 들어간 메뉴를 게시해 물의를 빚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매년 주점 일색의 대학 축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지만 학과·동아리 관계자들은 현실적 이유를 들어 주점 운영을 옹호한다.

한 학생회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기간에 주점을 운영해 번 수익으로 1년 동안 학생회 운영 경비가 마련된다"며 "다른 특별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 수익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주점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회 관계자 김모씨는 "주점 운영은 매년 축제 때마다 하는 학과 전통 같은 것인데 비판이 지나치다"며 "나중에 대학 축제하면 주점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학생들이 서빙을 맡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물건을 나르거나 요리하는 것처럼 체력적으로 힘든 일은 남학생들에게 맡기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졸업생 정모씨는 "주점 운영 문제는 예전에도 제기돼 왔지만 당시엔 대학내 집단주의적 문화에 대한 비판이 크지 않아 관행처럼 덮고 지나갔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인식이나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 많이 바뀐 만큼 대학 축제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