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게는 청정기가 2대"…미세먼지공화국 新풍속

머니투데이 이슈팀 윤기쁨 기자 | 2017.05.24 06:40

공기청정기 활용 마케팅 속출…대중교통·가게 등서 미세먼지 문제로 갈등도

'공기청정기 가동' 팻말을 가게 앞에 내 건 카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최근 버스에서 무안한 경험을 했다. 초여름 같은 더위에 버스 창문을 열었지만 옆자리 승객이 공기가 나쁜데 뭐하는 거냐며 창문을 닫으라고 항의한 것. 주변 승객들은 일제히 A씨를 쳐다봤고 A씨는 머쓱하게 창문을 닫은 뒤 땀 흘리며 목적지까지 가야했다. 당일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가게 출입문에 ‘공기청정기 가동 중’이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실내 공기질을 따지는 손님이 부쩍 늘었기 때문. 특히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면 공기청정기를 유심히 살펴보는 손님들이 눈에 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생활 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다. 공공장소 등에서 미세먼지 문제로 서로 갈등을 겪는가 하면 일부 가게에서는 공기청정기 가동 사실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 미세먼지로 갈등…"문 좀 닫아주세요"

미세먼지는 중금속과 각종 화학물질을 함유한 아주 작은 입자로 2013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그 심각성이 알려졌다. 입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공동 조사한 ‘2016 환경성과지수(EPI)’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가운데 공기질 부문 173위, 초미세먼지(입자 크기가 2.5μm 이하) 부문 174위를 기록했다.

24일 벼룩시장 구인구직과 알바천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의 58%가 미세먼지로 인해 직장생활 또는 아르바이트 중 동료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 상황으로는 △실내 환기 문제로 인한 갈등 △잦은 기침, 재채기로 눈치를 받거나 줄 때 △미팅·출장 등 외부 일정을 넘겨받을 때 등을 꼽았다.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C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원장님이 환기를 이유로 매번 문을 열어두는데, 그런 날에는 목이 아프고 코도 간지럽고 머리가 아프다"며 "문을 닫아달라고 부탁해도 원장님이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손님이 지적을 하면 겨우 문을 닫는다”고 토로했다.


이번달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기록한 인천 도심/사진=뉴스1

◇공기청정기 활용 마케팅도…"여기선 마음껏 숨 쉬세요"

‘청정한 공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봉화산역 인근 한 카페 출입문에는 ‘공기청정기 두 대 가동 중’이라는 안내표가 붙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카페 내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에는 “이것은 사장이 방구 뀌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며 출력이 강으로 변하는 예민하고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입니다. 이곳에서라도 마음껏 숨 쉬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윤보람씨(36)는 “사실 공기청정기를 튼 건 4년 전부터였는데 그 때는 손님들이 신경을 거의 안썼다"며 "최근 한 달 전부터 ‘공기청정기 가동 중’이라는 안내표를 달기 시작하자 손님들이 재미있어 하고, 실제 몇 분은 공기청정기 때문에 카페에 들어왔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공기를 활용한 마케팅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직장인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공기 질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미세먼지가 나쁜 날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는 가는 장소의 환경 등에 더욱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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