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기술' 전도사 꿈꾸는 광양의 '아이언 닥터'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7.05.22 09:37

[피플]포스코 광양제철소 설비기술부 한용석 과장, "학계와 기술계 '가교' 꿈 꿉니다"

한용석 포스코 광양제철소 설비기술부 과장이 제철소 현장에서 설비 진단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
“뿌리산업 기술을 지킨다는 사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지만 독보적 기술이 있으면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젊은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가면 일명 ‘아이언 닥터’를 만날 수 있다. 설비기술부 중앙수리과 용접파트에서 근무하는 한용석 과장이다. 철강 제조 전 과정에 사용되는 설비의 고장 방지와 유지관리 담당이 그의 일이다. 여의도 면적의 7배에 육박한 광양제철소 전체가 활동무대인 셈이다.

포스코 입사 27년차인 그는 현재 포스코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용접기술사다. 학위로 치면 용접 부문의 ‘박사’에 해당하는 용접기술사는 지난 30여년간 국내 전체로도 250여명 정도만 배출됐다. 단순히 ‘용접’만 잘해서는 안된다. 철강 생산의 모든 설비와 그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발생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외과적 수술’에 해당하는 용접 이상으로 ‘진단’이 중요하다.

한 과장은 “제철소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수술을 집도하는 과정 중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철소 ‘심장’에 해당하는 고로 긴급 복구”라고 떠올렸다.

하루 만톤 이상의 쇳물을 녹여내는 고로 내부 압력이 형성되지 않으면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한 과장은 10시간 내에 이 같은 문제를 복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전에는 최소 2일이 걸리는 일이었다.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원대 손실 가능성을 막은 셈이다. 복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노하우는 2008년 매뉴얼화 돼 회사 기술 관련 부서에 전수됐다.


‘아이언 닥터’로서 그의 비결은 ‘공부’다. 이미 용접기술사인 그는 2012년 ‘금속재료기술사’ 자격도 땄다. 금속의 성질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보다 정확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이어나갔다.

한 과장은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하는 순간 퇴보한다”며 “공부는 단순히 학문적인 지식 확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의 활동 영역은 비단 회사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기술 실무 지원 역할도 맡고 있다. 단순한 멘토링이 아니다. 도면 설계와 검토는 물론 필요하다면 직접 현장 솔루션도 제공한다.

지역 산업 경쟁력 제고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한 과장은 2013년 전라남도 ‘으뜸장인’으로 선발됐다. 국가 기술경쟁력 제고에도 일익을 한다. 2014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위원을 거쳐 2015년에는 국가기술자격 출제 기준 심의위원을 맡았다.

한 과장은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앞으로 학계와 기술계의 가교역할을 하고싶다”며 “진취적 젊은이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영역이 뿌리산업 기술이며 이 곳에서 후배들이 일각을 이루는 일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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