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복지 양날개로 뉴노멀 극복, 문제는 '사회적 합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7.05.22 05:00

[경제 대도약 J노믹스에 바란다]<7>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편집자주 |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11년간 국민소득 2만달러 늪에 갇혀 있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양극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의 성공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 대도약을 위해 보수·진보학자 40여명의 자문을 받아 마련한 경제계 제언을 중심으로 'J노믹스' 성공을 위한 제안을 연재합니다.

"한정된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는 성장과 복지 정책은 기회비용 개념으로만 보면 상호배타적입니다. 하지만 성장을 뒷받침할 국민 역량 제고에 복지 정책이 적용되면 성장과 복지는 경제 도약을 위한 두 개의 날개가 될 것입니다"

성장과 복지 중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에 재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더 이상 성장과 복지 가운데 무엇이 먼저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가 뉴노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계도 '복지 확대' 필요성 공감=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제계가 복지 확대를 우려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사회적 편견과 달리 경제계도 복지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소득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복지를 바라보는 경제계의 기본 시각이다. 많은 기업들이 내부 복지여건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저소득층 교육과 의료기회 제공,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은 기업 생산성 향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복지부문 정부 지출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재계 전반적 입장이다. 한국은 국민소득 1인당 3만달러 문턱에 와 있지만,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관심은 개발도상국보다 못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10.4%다. 프랑스(31.5%)와 독일(25.3%), 일본(23.1%), 영국(21.5%)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터키(13.5%)와 칠레(11.2%) 등 개발도상국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 포기, 취약 노인계층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갓 출범한 'J노믹스'의 기본 방침도 복지 지출 확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1호 공약이 ‘일자리 확대’였으며 대통령이 된 후 첫 번째 업무지시도 ‘일자리 대책 마련과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일자리 확대에 지출을 늘려 ‘부의 분배’를 통한 복지확대를 실현하는 동시에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자리를 늘리면 가계소득이 증가해 투자와 소비가 확대되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보육·의료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부문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앞으로 5년간 총 81만40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일자리 외에도 생애맞춤형 소득지원과 저소득 취약계층 생활여건 개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에 대한 지출도 늘릴 계획이다. 이 역시 가계 소득과 소비 확대를 뒷받침하는 복지지출이라는 점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적재적소에 복지 지출, "장기적 로드맵 필요"=이와 관련, 경제계는 이 같은 복지 확대가 큰 틀의 청사진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편적이고 산발적인 복지 확대는 재정 부담만 유발할 수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원칙 없는 복지확대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유럽의 사례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유럽의 복지 확대는 장기적 로드맵 없이 추진된 복지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다. 연금과 의료 등 고령층 중심의 전통적인 복지 프로그램만 과잉 추진되다 보니 복지 부담 계층과 수혜 계층이 나뉘어져 사회 통합은 물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도 실패했다.

반면 스웨덴과 덴마크 등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비교적 성공한 국가들은 고용복지와 가족복지 확대에 장기적으로 지출을 늘렸다. 근로자의 소득보장과 고용서비스 같은 재취업 지원과 여성 경제활동 지원 등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용친화형 복지지출이 많다. 이를 통해 고용을 매개로 복지와 성장이 서로 연결됐다.

◇'복지 부담' 주체에 대한 사회 합의 필요=무엇보다 복지 재원 확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도출이 ‘J노믹스’의 최대 과제라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J노믹스’가 다양한 복지·경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5년간 178조원 규모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만 5년간 21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새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112조원을 확보하고 덜 걷혔던 세금을 제대로 걷는 방법으로 66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그때 가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증세’를 고려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입장이다. 법인세 인상도 ‘J노믹스’가 쓸 수 있는 카드다. 문 대통령은 재원 부족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시 세수 효과는 6조원 수준이지만, 기업들의 생산거점 해외 이동과 외국 자본 이탈등에 따른 자본 순유출은 2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세 인상뿐 아니라 증세를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도 쉽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복지 확대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부담 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며 “합리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원 확보가 성장과 복지 선순환 구조 확립을 위해 J노믹스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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