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단가 인하 갑질 '여전'…"자율 상생협약 유도해야"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7.05.21 06:00
#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협상을 할 때마다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요구하는 금액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지만 대기업의 사정 반, 협박 반에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다. A사 관계자는 "계약조건에 대해서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며 "결국은 해달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의류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고가장비 구입지시를 받았다. 단가 인하를 위해서다. 비싼 장비를 들여놓으면 생산비 절감효과는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장비 구입비를 지원해주지도 않으면서 원가 절감 이익을 챙긴다. B사가 견적서를 작성해 대기업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서 따르는 방식이다.

여전히 대기업들이 '갑'의 위치에서 중소기업에 납품 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납품 단가 협상이 집중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의 일방통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거래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였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결정하는 이유는 과도한 가격경쟁(58.1%), 경기불황(14.0%), 업계관행(11.6%)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하는 경우(62.8%)가 많아 대기업의 가격경쟁에 따른 부담이 협력업체로 전가되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로 많지 않았다.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종이 19.3%로 가장 높았으며, 전기·전자(15.9%), 자동차 (13.3%) 순으로 조사됐다.

부당 납품단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업체가 바라는 정책방향은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순으로 나타났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협상이 많이 이루어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는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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