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먼트식 R&D 도입..창의·자율성 커질 것"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7.05.22 03:07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임기철 원장

임기철 KISTEP 신임 원장/사진=KISTEP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힘은 전통적으로 전문가의 몫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을 조사·분석하고, 관련 지원책을 기획·평가하는 업무를 부여받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게 임기철 신임 원장은 이런 미션을 확실하게 해 낼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임기철 원장은 청와대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과학기술 정책통이다.

임 원장은 4월 11일 부임하자마자 ‘이노벨리TF’(테스크포스)를 새롭게 출범시켜 이목을 끌었다. 이노벨리TF는 산업 현장의 R&D 수요 및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을 한다. 적어도 1주일에 하루는 외부에서 연구소든 기업이든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오는 게 주 임무다. “요즘 공공·민간 기관장들이 애용하는 말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처럼,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해야 실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7일 양재동 KISTEP 본원 집무실에서 만난 임 원장은 “해왔던 관성을 스스로 버리고 모멘텀(다른 방향·상태로 바뀌는 장면 혹은 동력)을 가지고 움직여야 변화와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미래 R&D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보였다.

임기철 KISTEP 신임 원장/사진=KISTEP
◇“토너먼트식 R&D 해보자”=임 원장에게 주어진 첫 미션은 제법 묵직하다. 공식적으론 ‘4차 산업 혁명의 메카로 자리매김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연구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라’이다. 풀어 말하면 지금까지의 추격형(패스트팔로어)에서 주도형(퍼스트무버) R&D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봤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문제를 꿰뚫는 의외의 해법을 내놔보라’는 것이다.

임 원장은 ‘토너먼트식 R&D’를 첫 번째 방안으로 던졌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한 R&D를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같은 주제 범위 내에서 각기 다른 접근법을 가진 약 5개의 연구팀을 공모를 통해 모아 운영한다. 1~2년뒤 1차 평가로 이 연구를 주도할 핵심팀을 선정하고, 탈락한 연구팀의 축적된 노하우는 연구를 계속 이끌어갈 팀에 통합시킨다. 이런 형태로 2차, 3차 평가를 진행한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구도와 같은 방식은 선진국을 따라잡을 정도의 개발 속도를 낼 수 있고, 연구성과품질 또한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임 원장의 설명이다.


“A라는 연구를 B에게만 맡기는 기존 방식서 벗어나 보자는 거예요. C도, D도 다른 스타일로 해보라는 거죠. 우리가 꺼려해왔던 중복연구를 한번 허용해 보자는 겁니다. R&D 기획·선정·평가 과정을 전혀 새롭게 가되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전문가 주도형 혁신체제’로 가보자는 거예요. 현장 전문가들이 스스로 진정으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과제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미션의 실타래를 풀어보자는 겁니다.”

◇“창의성·전문성 위주로만 평가해보자”=임 원장은 ‘R&D 평가제도TF’도 발족했다. 평가가 공정성·객관성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어 창의적·전문적인 R&D 과제가 최종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를 개선할 묘책을 찾기 위해서다.

“바둑으로 치면 1단 고수들이 10급 이하 초보들의 생각을 넘어서지 않고, 그 정도 수준에서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거예요. 바둑의 절묘한 수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가보지 않았던 연구를 한다면 성공률을 지금의 80%에서 10%대로 대폭 낮춰야 할 겁니다. 그렇게 모인 지식은 전혀 예기치 않은 새로운 산물의 동력과 원천이 될 겁니다.”

임 원장은 KISTEP이 그간 정부 사업을 지원하는 업무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KISTEP 브랜드’를 걸만한 정책에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KISTEP에 오자마자 나름 각 부서 주전급 연구원들로 이뤄진 ‘이노벨리, R&D평가 제도, 미세먼지 등 3대 TF를 꾸렸죠. 이건 우리 연구자들이 꿈에 그리는 일종의 노스텔지어(nostalgia ·향수) 같은 거예요. 내 이름 석 자를 내건 정책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꿈·욕망 말이죠. 내후년이면 KISTEP도 어엿한 성년을 맞게 됩니다. 전문성·자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한 ‘KISTEP 2기’를 제가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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