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재산관리인? '빈곤·치매·독거 노인에 절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7.05.23 08:01

[Law&Life-세상의 빈틈]②송영신 시니어희망공동체 상임대표

편집자주 |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도 빈틈이 있습니다. 법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생긴 빈틈, 법끼리 부딪혀 생긴 모순이 만든 빈틈, 소수자라서 법이 없어서 생긴 빈틈,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소외된 곳에 서 있어서 생긴 빈틈, 세상이 변하면서 생긴 빈틈까지…우리가 모르는, 하지만 어느날 우리가 서있게 될 수 있는 빈틈을 찾아, 틈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진=송영신 변호사
#사회복지사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80대 치매 독거 노인인 B씨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도 인출을 못해 굶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와 B씨는 함께 은행에 갔지만 돈을 뽑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계좌에서 돈을 뽑을 권한이 없었고, 은행은 본인이 아닌 A씨가 돈을 뽑도록 허락할 수 없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인 A씨는 쓰레기로 뒤덮힌 집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 치매 독거 노인 B씨를 발견했지만 집을 치울 수도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없었다. B씨가 모든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후견인이 있었다면 피후견인 대신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해줄 수 있었겠죠. 세계적으로 4초에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한다고 해요. 국내 치매 환자만 65만명이에요.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은 시급하죠."

시니어희망공동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송영신 변호사는 "저소득 치매 독거 노인에 대한 공공후견제도 마련은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늙고 병드는 것은 확실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옆에 누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치매독거 노인 수는 약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그 중 70% 정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소득·치매·독거·노인'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결국 모두의 일이 될 일이라서 대책 마련은 더 시급하다.


시니어희망공동체는 올해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저소득 치매독거노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공공후견지원서비스 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공공후견인이 필요한 저소득층 치매 독거 노인을 찾고 있다.

"법률, 의료, 간호, 노인복지, 장기요양, 노인 일자리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팀을 만들었어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당사자 단체 등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후견인의 업무 범위와 역할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을 실제 사업을 통해 모델을 만들고 올해 말쯤 결과를 낼 예정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후견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보호, 이를 위해 후견인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독을 하는 것이죠."

노인일자리 전문가를 팀에 영입한 것이 눈에 띈다. 송 변호사는 공공후견제가 노인 일자리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봤다.

"아직 일하고 싶은 은퇴한 건강한 60대 어르신들이 공공후견인으로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발휘하면서 사회 공동체에 도움도 될 수 있고, 삶의 의미도 되찾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성년후견인, 공공후견인이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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