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현수막 어디갔나 했더니…'문재인 가방' 메실래요?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17.05.20 07:00

선거 현수막 업사이클 업체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기증받은 현수막으로 에코백 제작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홍보에 사용한 현수막으로 제작한 가방을 착용한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19대 대통령선거 본경기는 끝났고 '현수막 2차전'이 벌어지고 있죠. 현수막에서 업사이클(가치를 높이는 재활용)된 가방(에코백)은 지지율과 밀접합니다. 다만 후보들이 모여야만 완성되는 통합의 가방도 있습니다."

대선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박미현 대표(32)는 이번 대선을 "품위 있었다"고 평가하며 현수막 업사이클 프로젝트 '5년의 약속'에 대해 설명했다. 터치포굿은 2008년부터 400여종의 업사이클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터치포굿은 6개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새누리당·통일한국당)의 대선 현수막을 기증받아 가방으로 가공·판매 중이다. 지난 18일까지 1140여명이 220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가방은 후보 1명의 현수막으로 만든 '5년의 약속', 6개당의 현수막을 합쳐 통합의 의미를 강조한 '모두의 약속' 등 2종류다.

박 대표는 "응원했던 후보들을 계속 지켜봐 줬으면 하는 뜻에서 업사이클 가방을 만들었다"며 "선거 후 현수막은 버려지고 후보들도 점점 잊히겠지만 가방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현수막으로 제작된 가방(위)과 가방 안쪽에 부착된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공약. /사진=터치포굿
이번 대선 현수막 가방이 당초 판매 목표(500만원)의 4배 넘는 성과를 거둔데 대해 그는 "선거를 기억하려는 국민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을 활용한 가방에는 선거 당시 공약이 출력된 천이 덧붙여 판매된다.

박 대표는 "문 대통령 핵심 공약을 헝겊에 새겨 가방 안쪽주머니에 부착하면 사람들이 가방을 멜 때마다 보게 된다"며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공약 이행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 때 마다 상당한 비용이 현수막에 투입되지만 현수막 대부분이 소각·매립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선 현수막 비용은 35억~38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선거법에 따라 전국 3491곳 읍면동 단위에 1개씩 설치가 가능한 대선후보 홍보 현수막은 전국 2만여개. 설치와 수거·폐기는 각 당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박 대표는 "단순히 환경을 위해 쓰레기를 업사이클 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며 "현수막이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가방 판매 수익금은 당선자의 공약 실현을 위해 사용된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후 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었던 박 대표는 박원순 시장 공약 중 '안전한 도시'에 수익금을 사용했다. 교통안전을 위해 초등학생 가방에 부착할 수 있는 반사판을 기부했다.

박 대표는 업사이클은 생활 속에서 지나치기 쉽다고 설명하며, 최근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수석들과 가진 커피 산책에서 종이컵을 사용한 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종이컵이 아니라 재생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요"라며 "재활용과 업사이클은 꼭 필요하지만 이렇게 쉽게 지나칠 수 있고, 단순히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인이 업사이클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업사이클을 위한 소재와 정보를 개인·업체에 제공하는 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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