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공포를 알아?"…귀신 없는 ‘극강의 공포’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5.17 05:23

[히스무비] ‘겟 아웃’…정신을 고립시키는 숨 막히는 공포

가장 극단적인 공포는 서서히, 그러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드라마틱 전개에 숨 막히는 반전과 공포가 한꺼번에 찾아올 때 보는 이는 오싹해진다. 이 작품은 이런 흐름에 충실하다.

무언가 이상해지는 분위기가 설명되지 않고 계속 달아오를수록 심장 박동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미로 같은 정답을 찾기 위해 머리는 거의 뇌사 상태에 머물러있다. 귀신 하나 안 나오는 영화에 파르르 몸을 떨어본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무엇보다 인종차별 영화를 사회적 시선이 아닌 공포적 감각으로 그려낸 시도가 독창적이다. 코미디언 출신의 조던 필레 감독은 코미디와 공포를 교묘하게 섞어 웃고 싶어도 함부로 웃을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띄우며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영화는 흑인 남자 크리스(대니얼 칼루야 분)가 연인인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 분)의 부모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종차별로 고민하던 크리스는 “오바마는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로즈 아버지의 기대 이상의 환대와 친절로 마음을 연다. 하지만 집 곳곳에선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집안일을 하는 흑인들이 때론 넋 빠진 사람처럼, 때론 무표정한 기계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이론적 공포는 로즈 어머니가 구사하는 최면이다. 이 최면에 걸리면서 사용되는 용어가 ‘침잠의 방’인데, 어떤 얼굴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정신적 공포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공포의 새로운 방정식을 제시한다.

백인 파티에서 만난 한 흑인이 어떤 충격을 계기로 크리스에게 “나가라”(Get Out)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해답을 얻는 열쇠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포의 소재는 알 듯 모를 듯 다가오는 거짓의 합리성이다. 의심은 가지만, 진실처럼 보이고 거짓 밝히기에 얽매일수록 진실은 단체의 합리성에 짓밟히기 일쑤다. 은근히 쏘아붙이는 동그란 눈, 옅은 미소가 밴 표정, 어딘가 덜 떨어진 듯한 말투 모두 공포의 전조를 암시하는 그림자들이다.

서서히 목을 조여오듯 진행되는 아슬아슬한 공포 분위기가 영화 전반부를 뒤덮는 것과 달리, 조금은 싱겁게(?) 끝나버린 듯한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결말에서 영리하게 던져주는 반전의 충격은 기억에 제법 오래 머무를 듯하다.

신선한 충격과 반전 덕분에 이 영화는 개봉 4주 만에 450만달러(약 52억원)의 저예산 제작비로 무려 25배에 이르는 1억1100만달러(약 1274억원) 수입을 올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인종적으로 양극화로 모는 ‘트럼프 효과’도 흥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겟아웃’은 저예산 공포영화 제작사 블럼하우스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그간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등 극강의 공포영화를 제작했다. 오는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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