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먼 후일의 추억 한 움큼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 2017.05.16 09:35

<264> ‘라일락’ 장옥근(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사랑이란 것이 그렇다. 내가 너를 사랑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말하고 또 말한다 하여 온전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그 무형의 것에 매달려 산다. 사랑만큼 쉬운 것이 없으며 어려운 것도 없다. 그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로 현현되는 것이며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스며드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손 닿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기울어지는’ 행위를 동반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향’이 되어 사랑의 대상 옆을 맴돈다.

하여, 저 라일락은 무엇을 사랑하여 온 우주를 진한 향기로 떠도는 것인가. 그대여? 잠시 눈 감고 코를 큼큼거려 보시라. 사랑은 물질이니, 사랑은 행동이니, 혹여 그대를 사랑한 누군가가 보내는 먼 후일의 추억 한 움큼이 저 향기로 날리는 것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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