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하는 등 대기질 오염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이슈화하고 국제적 공조를 요구할 최적의 기회를 맞았지만, 당시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중국입장에서 보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우리가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먼지 뒤집어 쓰고 하소연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
미세먼지는 생각보다 더 은밀하고 깊게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골프대회에서 선수들과 갤러리 모두 마스크를 차야 하는 신세가 됐고, 아이와 함께 찾은 야구장에선 마스크때문에 맘껏 소리치며 응원하기도 힘들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잿빛 운동회’가 됐고, 야외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키즈카페를 전전하게 됐다.
정부는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거나, 용어를 부유먼지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다. 경유세 인상 카드도 내놨지만 물가 등 파급효과 고려없이 단기적 시각에서만 본 것 같아 아쉽다. 미세먼지 문제는 대기질 오염이라는 종합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취지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지만 이것 역시 응급대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미세먼지를 연구하고 중·장기 대책을 내놓을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환경분쟁도 대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중국 정상과의 대화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이슈화해야 한다. 미세먼지 해결의 성패는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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