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삼성 CEO는 누구?…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예견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 2017.05.16 10:30

[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30년 후엔 타임(Time)지 표지에 올해 최고의 CEO로 AI(인공지능)·로봇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Alibaba)의 마윈 회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차이나 앙트레프레너 클럽’(China Entrepreneur Club) 모임에서 기업의 CEO가 30년 후엔 AI·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해 많은 경영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 회장은 “AI가 휴먼보다 기억력이 좋고 계산도 빠르며 경쟁기업에 화를 내지 않는다”며 AI·로봇이 이성적 판단능력이 뛰어나고 상황파악이 빠르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인간에 비해 훨씬 우수한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 함축된 메시지를 곱씹어보면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마 회장의 예견은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나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 등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소위 C레벨의 경영자들도 미래엔 AI로 대체돼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즉 마 회장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로봇과 AI의 실업 위협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경고한 것이었다.

사실 AI·로봇이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해 대량 실업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많이 나왔다. 특히 공장 근로자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AI와 로봇, 자동화기기 도입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17일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발표된 논문은 산업용 로봇의 도입으로 2025년까지 최대 600만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MIT의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경제학 교수와 보스턴대학의 파스컬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 경제학 교수는 이 논문에서 제조업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해 발표한 연례 대통령 경제보고서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시간당 임금이 20달러 미만의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83%로 매우 높은 반면, 시간당 40달러 넘는 고임금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은 4%로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3월24일 발표된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는 AI·로봇과 자동화로 203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만 약 38%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경우엔 1000만명, 약 30%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PwC는 AI·로봇으로 제조업과 운송업 및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분석처럼 반복적인 조립이나 화물 운반 등과 같은 단순 작업에 종사하는 임금 노동자들이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순간적으로 처리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도의 성능을 갖춘 값비싼 AI가 그저 단순 반복작업에 투입되리라 여긴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오히려 마 회장의 예견대로 AI는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 C레벨의 경영자들을 우선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지난달 27~28일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제기됐다. 딘 시바라(Dean Sivara) SAP 부사장은 “빅데이터가 삼성·LG 등 한국 대기업의 기업 운영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AI가 대기업 경영자를 대신할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예일대 경제학 교수도 지난 4월초 한 강의에서 자신과 같은 대학교수도 AI의 위협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즉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며, 새로운 문제점을 분석하는 대학교수의 지적 업무도 AI가 훨씬 잘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산업현장에서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이 도입돼 공장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로봇으로 완전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글로벌 톱 자동차회사인 GM,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Ford) 등은 이미 생산현장에서 '코봇'(co-bot)이라 불리는 로봇이 인간이 하기 어려운 작업만을 수행함으로써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실제로 코봇이 설치된 독일 쾰른에 위치한 포드공장에서는 코봇이 노동자들의 업무를 100% 대체하지 않고 4000명의 근로자와 함께 협력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코봇은 일상적이고 간단하면서 힘이 많이 드는 단순 반복 작업을 맡는 대신 인간은 좀 더 창조적이고 지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복잡한 작업에 집중한다.

유명 벤처투자자 리 카이푸(Lee Kai-Fu)는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10년 내 AI가 인간의 일자리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는데, AI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아닌 대기업의 경영자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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