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며 일부 대기업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혀온 만큼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문재인 당선인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문 당선인은 12대 공약 가운데 두 번째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시했다. 문재인 당선인은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원칙을 내세웠다.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차단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서면투표제 도입 △경제범죄 사면권 제한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금산분리 등이 골자다.
문 당선인은 현행 200% 이하인 지주회사의 부채비율과 상장사 기준 20%(비상장사 40%)인 자회사·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비율은 제시 안 했지만 18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미뤄볼 때 지주사 부채비율은 100% 이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은 상장사 기준 30% 이상으로 강화하는 안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지주회사 강화 이슈에 연관된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다.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강화할 경우 추가 지분 확보 없이 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가 보유 중인 기아차 지분 33.88%를 제외하곤 주요 계열사간 30% 이상 보유 지분이 없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차와 정몽구 회장,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특수관계인 지분 전체를 합쳐야 30%를 소폭 상회한다. 지주회사가 보유할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에서 30%로 올리면 추가 지분 매입 혹은 교환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SK그룹 역시 주요 자회사 SK텔레콤과 손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의 추가 매입이 필요해진다. 지난해말 지주회사 SK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은 25.22%,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지분 보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게 공약으로 구체적인 안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 강화는 유력한 만큼 SK 등 일부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엔 비용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기존 사업성과 주가 재평가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인적분할과 중간 지주회사 설립에 나서며 '자산·사업성 재평가→주가 상승' 공식을 만든 롯데그룹 식음료 계열사처럼 지배구조 전환작업을 거치며 정책 리스크를 줄이고 지배구조 이슈에 가려져 있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각될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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