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는 외국계 은행.. 지점 폐쇄 신청 '도미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7.05.10 04:52

RBS·골드만삭스은행 지난달 폐쇄 인가 신청, BBVA도 곧 신청할 듯.. 수익 급감이 원인

국내 시장에서 적자폭이 확대된 외국계 은행 3곳이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국내 지점을 폐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외국계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줄줄이 지점 폐쇄 인가를 신청했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대대적인 점포 축소를 선언한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 폐쇄 도미노 현상까지 벌어져 외국계 금융회사 유치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인 로열뱅크오브 스코틀랜드(RBS)와 미국 골드만삭스은행이 지난달 말 금융당국에 서울지점 폐쇄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페인계 은행인 방코 빌바오 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은행(BBVA)도 이르면 이달 안에 지점 폐쇄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RBS와 골드만삭스은행은 지점 폐쇄를 위해 △자산과 부채 정리 계획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급여 및 퇴직금 지급 계획 등도 제출했다. 금융당국의 지점 폐쇄 인가가 완료되면 국내 시장에서는 완전히 사업을 접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폐쇄 인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은행이 줄줄이 국내에서 폐업하며 짐을 싸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RBS 서울지점은 지난해 24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골드만삭스은행과 BBVA도 각각 140억원, 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유럽계 은행들은 자국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에서 장외 파생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금리차가 줄고 파생거래 규제가 강화되면서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또 강화된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3로 인해 서울지점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부담도 커졌다.


이에 따라 RBS와 BBVA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도 철수를 진행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서울에서 증권지점은 유지한다. 국내 시장 철수를 발표한 바클레이즈은행과 UBS은행도 조만간 지점 폐쇄 인가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국계 은행이 줄줄이 짐을 싸면서 금융당국이 2009년부터 추진해온 '금융중심지'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그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해외 금융회사 유치에 힘을 쏟았다. 보험권역은 중국 안방보험의 국내 진출로 투자가 활발하지만 은행권은 유럽계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총자산이 감소세다. 국내에 진출한 43곳의 외국계 은행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총 6893억원으로 전년 1조1323억원 대비 39.1% 급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6일 열린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회의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가 축소 지향적인 경영전략으로 돌아서 당초 금융중심지 정책을 시작할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금융중심지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매영업을 하는 씨티은행이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 지점을 대폭 줄여 점포를 126개에서 25개로 통폐합하기로 했고 외국계 은행들의 서울지점 폐쇄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해외 금융회사 유치 전략에도 근본적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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