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찾은 문재인 "대구경북이 호구인가" 보수 균열 공략

머니투데이 포항=이재원 기자 | 2017.05.05 17:01

[the300] 2012년 박근혜 80% 득표…박영선·조응천 등 "빨갱이 아입니더" 지원사격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중앙상가길에서 열린 유세에서 포항의 상징인 '상생의 손'을 3D프린터로 본 떠 만든 기념품을 받은 뒤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정 농단 공범이 아무 반성 없이 표 달라 합니다. 대구경북을 호구로 여기는 것 아닙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보수 표심이 강한 포항을 찾았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하며 대선 막판 TK(대구경북) 공략에 열을 올렸다.

문 후보는 5일 오후 경북 포항 중앙상가길을 찾아 유세를 펼쳤다. 수은주가 섭씨 28도를 뚫는 때아닌 더위에도 거리를 오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문 후보의 유세를 지켜봤다. 느닷없는 빗줄기에도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그를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유세를 본 시민은 캠프 추산 약 1만명이다.

포항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0%에 가까운 몰표를 줬던 대표적인 '보수의 성지' 하나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물론, 최근 조선업 몰락의 여파로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항 경제까지 '빙하기'가 닥치면서 보수 표심의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안보관을 강조하며 균열을 파고들었다. 그는 "제가 미국에도 '노'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문재인의 안보관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진정한 동맹이라면 그래야 한다. 서로 솔직해야 동맹이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중국에 맡기지 않고 주도할 대통령이 누구냐. 중국과 일본, 북한에도 당당하게 할 말 하는 대통령이 누구냐"고 소리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 살리기도 약속했다. 문 후보는 "김천 혁신도시가 모범 혁신도시 사례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착공했다"며 "11개 공공기관이 내려왔다. 누가 했느냐. 저 문재인이 참여정부에서 경북 위해 일 좀 했다"고 참여정부 시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첨단 의료산업 단지 조성 △대구-경북 광역철도사업 지원 △포항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 △수소 연료전지 밸리 조성 등을 지역 발전 공약으로 내놓았다.


문 후보는 최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서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 한국 신용도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무디스 평가 후) 주가가 일제히 오르지 않았느냐. 튼튼한 안보, 튼튼한 평화 위에서 경제 일으킬 후보가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 후보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공범이 표를 달라고 한다. 대구경북을 호구로 여기는 것 아니냐"며 최근 상승세를 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사랑하는 자식이 잘못하면 야단치고 벌도 주고 혼도 낸다"며 "잘하든 못하든 찍었더니 국민 무서운 것을 잊었다. 염치를 잊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문 후보는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한 번만 외치자, "한 번 하고 마느냐"며 너스레를 떨며 연호를 유도하기도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사전투표 투표율이 25%를 넘기면 서울 홍대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약속을 언급하며 "프리허그하게 생겼다"면서도 "여론조사는 1등이지만 여론조사가 대통령 만드는 것 아니다. 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이다. 투대문!"이라고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유세에는 김부겸·박영선 선대위원장, 조응천, 홍의락, 김현권, 제윤경 의원 등이 함께했다. 대부분이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지역구로 둔 이들이다. 문 후보 도착 전 무대에 미리 올라 지지연설을 한 이들은 "문 후보 빨갱이 아입니더!(아닙니다)", "나라다운 나라 맨들어보입시더(만들어봅시다)" 등 지역 사투리를 적극 활용하며 단단한 보수 민심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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