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봉에서 미니카까지"…'어른이날' 챙기는 어른들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 2017.05.05 07:30

요술봉 '공구'하고 동네 문방구 탐방하고…아동용 장난감까지 확장된 키덜트 문화

온라인 장난감 커뮤니티에 게시된 한 회원의 요술봉 모음/사진='페북장난감가게' 아리무
키덜트. 키즈(Kids·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인 이 말을 우리말로 하면 '어른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른이날'로 바꿔 부르며 챙기는 키덜트족이 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최대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해 10%대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키덜트에게 5월은 명실상부 '어른이'의 달이다. 대형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키덜트 완구 매출 신장률은 13.6%였지만 5월 한달 신장률은 두 배 가까운 23.7%나 됐다.

“뽀로로 자동차 공구(공동구매)하실 분 모집합니다. 선착순 20분 받겠습니다.”
“요술봉 예쁜 거 하나 꼭 갖고 싶은데 세일러문은 구하기 힘들더라고요. 예쁜 요술봉 없을까요?”

게시글의 출처는 한 온라인 장난감 커뮤니티. 아이나 아이가 있는 부모의 글이 아니다. 3만2000여명 회원을 보유한 이 커뮤니티는 20, 30대 회원이 대다수다. 키덜트족이 소비하는 장난감 하면 보통 스타워즈나 마블 코믹스, 건담 같은 고가의 피규어나 장난감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 회원들은 요술봉, 아동용 블록, 뽑기 장난감 등 실제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아동용 장난감을 주로 산다.

이 커뮤니티 회원 김민수씨(29·고등학교 교사)는 다이소와 동네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자주 방문한다. 김씨는 장난감 반지와 만화 카드, 뽑기 장난감 등을 즐겨 구매한다. 김씨는 "고가의 피규어 등과는 달리 적은 비용으로 기분 전환할 수 있어 아동용 장난감을 즐겨 구매한다"고 말했다.
키덜트를 자처하는 김민수씨(29)의 장난감/사진=심하늬 기자

김씨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어른이날'을 챙긴다. 5월5일 모여 각자 부담이 없는 선에서 장난감을 준비한 후 제비뽑기로 선물을 교환한다. 모임은 서울 서교동 '모형다방'이나 '헬로키티 카페', 창신동 완구거리 등 키덜트들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주로 이뤄진다.


직장인 이모씨(34)도 '어른이날'을 잊지 않고 챙긴다. 이씨는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을 장난감을 고르기 위해 수일째 온라인 완구 쇼핑몰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씨 커플은 3년째 어린이날에 함께 대형 마트 완구코너에 간다. 이씨는 "서로 원하는 장난감을 선물하며 어린 시절 풋풋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 커플은 '미니어처 음식 만들기 세트'나 퍼즐 등을 함께 하며 카페에서 어린이날 이색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키덜트 문화가 경제력과 열정이 있는 소수 '덕후(마니아를 이르는 일본어 '오타쿠'의 우리식 발음)'들의 문화에서 적당한 비용과 관심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 문화로 확장되면서 금융, 유통업계도 '어른이'들의 동심을 저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BC카드는 일정 이용액 이상 고객에게 레고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고, GS25는 키덜트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메타코레와 토미카 전용 매대를 300여 점포에 도입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55)는 "어린이날이지만 사실 어린이들은 편의점보다는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는 편"이라며 "키덜트 고객의 어린이날 구매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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