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스하키팀은 지난 4월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2부리그 최종전에서 홈팀 우크라이나를 2-1로 꺾었다. 경기는 치열했다. 축구의 승부차기와 같은 슛아웃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A그룹 2위를 확정, 월드챔피언십 멤버가 됐다.
국가별로 수준 차이가 큰 아이스하키는 세계선수권을 6부 리그로 나눠 치른다. 캐나다, 미국 등 상위 16개국이 출전하는 월드챔피언십은 아이스하키 리그에서는 ‘꿈의 무대’다.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상위 14개국은 2008년부터 변화가 없다. 그만큼 하위리그팀이 뚫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이스하키는 가장 인기는 동계스포츠 중 하나지만 국내 여건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등록선수가 겨우 233명, 고교팀은 6곳, 대학팀은 5곳, 실업팀은 3곳 뿐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해 3년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자동출전권 부여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팀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승리를 향한 의지와 백지선 감독의 리더십, 정몽원 한국아이스하키협회 회장(한라그룹 회장)의 후원과 어우러져 최고의 결과를 내놓았다.
백 감독은 꼼꼼히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NHL의 선진 기술과 전략을 한국팀에 심었다. 서툰 한국어로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월드챔피언십 진출이 확정되자 백 감독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제 올라가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보였다.
백 감독을 한국팀으로 데려온 1등 공신은 정몽원 회장이다.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경기를 관람한다. 이번에도 직접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 한국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귀화선수 영입에도 적극 나섰다. 아이스하키의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골리 맷 달튼은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보여줬다. 일부에서 귀화선수가 7명이나 된다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 14골 중 11골은 한국에서 자란 토종 선수들이 넣었다.
이제 한국 아이스하키팀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정조준돼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선수단 입국식에서 "난 그저 판을 깔아 줬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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