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한국 아이스하키, 전 세계를 울렸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7.05.01 14:48

'꿈의 무대' 월드챔피언십 진출...선수·감독·협회 3박자의 하모니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이뤄낸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백지선(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대회 최종 5차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슛아웃 끝에 2-1로 꺾고 준우승을 차지,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됐다. /사진=뉴스1
아이스하키 '동네북'이 전세계를 울렸다. 3년전 전패로 3부리그로 강등되며 바닥을 전전하던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내년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1979년 처음 국제대회에 출전한 지 38년 만이다.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지난 4월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2부리그 최종전에서 홈팀 우크라이나를 2-1로 꺾었다. 경기는 치열했다. 축구의 승부차기와 같은 슛아웃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A그룹 2위를 확정, 월드챔피언십 멤버가 됐다.

국가별로 수준 차이가 큰 아이스하키는 세계선수권을 6부 리그로 나눠 치른다. 캐나다, 미국 등 상위 16개국이 출전하는 월드챔피언십은 아이스하키 리그에서는 ‘꿈의 무대’다.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상위 14개국은 2008년부터 변화가 없다. 그만큼 하위리그팀이 뚫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이스하키는 가장 인기는 동계스포츠 중 하나지만 국내 여건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등록선수가 겨우 233명, 고교팀은 6곳, 대학팀은 5곳, 실업팀은 3곳 뿐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해 3년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자동출전권 부여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팀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승리를 향한 의지와 백지선 감독의 리더십, 정몽원 한국아이스하키협회 회장(한라그룹 회장)의 후원과 어우러져 최고의 결과를 내놓았다.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이뤄낸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꽃다발을 들고 있다. 백지선(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대회 최종 5차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슛아웃 끝에 2-1로 꺾고 준우승을 차지,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됐다. /사진=뉴스1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활약했던 백 감독은 2014년 7월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 한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백 감독은 NHL 피츠버그 펭귄스 수비수로 뛰면서 아시아인 최초로 1991년과 1992년 두번의 우승을 거머쥔 슈퍼스타다.

백 감독은 꼼꼼히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NHL의 선진 기술과 전략을 한국팀에 심었다. 서툰 한국어로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월드챔피언십 진출이 확정되자 백 감독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제 올라가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보였다.


백 감독을 한국팀으로 데려온 1등 공신은 정몽원 회장이다.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경기를 관람한다. 이번에도 직접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최종 5차전에서 이긴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자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오른쪽)과 양승준 전무이사가 환호하고 있다.(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사진=뉴스1
정 회장은 해마다 한라 아이스하키팀에 50억~60억원, 협회에 15억원을 지원했고, 2013년 핀란드 2부 리그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10명을 파견해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 2골씩을 넣은 신상훈과 안진휘가 핀란드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또 한국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귀화선수 영입에도 적극 나섰다. 아이스하키의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골리 맷 달튼은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보여줬다. 일부에서 귀화선수가 7명이나 된다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 14골 중 11골은 한국에서 자란 토종 선수들이 넣었다.

이제 한국 아이스하키팀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정조준돼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선수단 입국식에서 "난 그저 판을 깔아 줬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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