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부는 후암동… '제2경리단길' 훈풍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7.05.01 04:40

[르포]낡고 오래된 주택이 상가로… 용산가족공원·서울시교육청 건립 등 호재에 땅값도 '껑충'

서울역 인근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낡고 조용한 주택가 용산구 후암동이 달라지고 있다.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 아래 아기자기한 상점이 들어서며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서울역 7017' 고가 보행로 사업과 용산 일대 개발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입과 상가 임차수요가 후암동으로 흘러드는 분위기다. '제2의 경리단길'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지난 27일 오후에 찾은 서울 후암동 일대는 저층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연 개성 있는 카페와 비스트로, 펍 등이 오래된 밥집, 술집 등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암동은 지하철 서울역과 숙대입구역 인근, 남산 아래에 자리잡은 오래된 '달동네'였다. 한때 대규모 용산 개발 바람을 타고 투자자가 몰린 적도 있지만 개발이 백지화하면서 옛 풍경을 간직한 채 조금씩 소규모 개발이 이뤄진다.

언론에 수차례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후암동 길가 오래된 식당 앞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한데 섞여 긴 줄을 이루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20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붉은 벽돌집 옥상을 '루프톱바'(Looftop bar)로 개조해 저녁이면 젊은층을 끌어들인다.

후암동은 인근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넘어온 임차 상인들과 독특한 분위기를 찾는 젊은층이 모여들면서 주택을 개조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앞서 2015년 가수 정엽이 후암동 뒷골목에 대지면적 82.9㎡ 3층짜리 건물을 8억여원에 사들이면서 관심을 모은 후 주택 거래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66㎡(20평) 안팎의 소형주택을 매입해 협소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증가세다.

 
깔끔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리모델링을 거친 후암재래시장에는 수제 공예품이나 액세서리, 간식 등을 파는 젊은 창업가들도 기존 상인들과 한데 섞여 있다.
 
후암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작은 땅은 매물로 나온 지 2~3일 만에 바로 거래되기도 하고 찾는 사람도 꾸준하다"며 "땅값도 3.3㎡당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인근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후암동 인근 용산 미군기지는 연내 평택 이전 후 용산가족공원으로 조성된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경리단길과 이태원, 후암동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유동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옛 수도여고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로 서울시교육청 건립이 추진된다. 내년에 착공해 2020년 청사 이전이 목표다. 오는 5월20일 개장을 앞둔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 7017’도 지척에 있다.
 
지난해 후암동 구옥을 매입해 이사 온 김모씨는 "직장까지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깔끔한 재래시장도 가까이 있어 아파트단지에 살 때와 비교해 불편함을 크게 못 느낀다"며 "용산가족공원이 조성되면 저층 주택가로 이뤄진 동네가 한층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파트단지 매매가격도 소폭이나마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후암동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2039만원으로 최근 1년간 1.8% 올랐다. '후암미주' 단지는 전용면적 62~64㎡가 4억~5억원에서 시세를 형성했다. '브라운스톤남산'은 전용 162~168㎡의 호가가 최고 13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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